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김태훈 엮음 / arte(아르테)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에는 시를 테마에 따라서 묶어 펴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어떤 테마보다 온가족이 함께 가족에 대한 시를 읽고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하는 존재다. 힘이 들게도 하고 힘이 나게도 한다. 이 책『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속에 들어있는 시와 에세이를 통해 가족을 재인식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가족을 테마로 한 시 50편에 해설을 붙인 에세이집이다. 가족에 대한 시를 떠올려보면 별로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50편의 시를 묶어내니 알차게 솎아낸 느낌이 들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시인 한 명이 낸 시집을 읽는 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다. 이 책에는 총 6장의 구성으로 시를 엮었다. 아버지에 대한 시 모음 '너무 오래 잊고 살았던', 어머니에 대한 시 모음 '어서, 무라', 부부에 대한 시 모음 '사랑을 할 때 우리는', 가족의 시간과 다양한 모습을 담은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가족의 시간', '그렇게 행복을 연습해두면'으로 나뉜다.

 

가족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이 들까. 가끔은 뭉클하고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한다. 서로 힘들게 하며 깊은 상처를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가족의 모습은 천차만별인데, 때로는 행복한 생각에 벅차오르다가도 가족의 시간이 행복만이 아님을 시와 에세이를 통해 알게 된다. 이상적인 모습의 가족상만 강요되는 분위기에서 현실 속의 가족의 모습을 제대로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가족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정록의 <불주사>를 보며 웃으면서도 씁쓸해지는 모성애를 느꼈다. 잘 하려고 하다가 자식에게 흉터를 남긴 것이다. 시인은 '내 왼어깨에 있는 절이다'라며 시를 시작한다. 공짜라기에 예방주사를 두 번이나 맞혔는데, 그게 덧나서 요 모양 요 꼴이 되었다고 등목해줄 때마다 혀를 차신다고 시인은 이야기한다.

 

가족의 어두운 면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으로 읽게 된 시는 진은영 시인의 <가족>이다. 이런 가족이 되지 않기위해 각성해야 할 것이다. 나도모르게 가족에게 지옥을 보여주었다면 지금부터라도 새로 시작해야할 것이다.

가족

                    진은영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원수만도 못한 인연을 이어가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가족은 사랑의 샘이라는 말, 빈말에 불과합니다. 가족이란 어휘는 집 밖에서만 밝게 빛날 뿐, 정작 집에 들어가보면 꽃이 죽고 화분이 생명력을 잃습니다. (224쪽)

에세이를 통해 이 시를 다시 짚어보니, 이 시가 더 서럽다. 그런 모습의 가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들의 대화와 이해가 밑받침되어야할 것이다.

 

마음에 드는 시 앞에서는 저절로 멈추게 된다. 나즈막히 읊조리다 보면 어느새 시가 마음에 들어온다. 가족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꽃을 피워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가족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데에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다. 매일매일이 아니라 금요일 하루 만이라도 부담없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쌓아가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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