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수업 -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
페터 볼레벤 지음, 장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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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이끌리는 데에는 이 문장으로 충분했다. "이 지금 숲에서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나무도 감각과 감정, 기억을 갖고 있다고? 나무들이 숲에서 서로 대화하고 소통한다고?" 그동안 나무를 볼 때, 나무 이름 정도 아는 정도로 그나마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놀라운 세계가 숨어있다. 나무에 관한 책 중 이렇게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 있던가 생각해보며 한 장 한 장 아껴 읽는 시간을 보냈다. 나무수업을 제대로 받는 느낌으로 뿌듯해진다.

 

이 책의 지은이는 페터 볼레벤. 20년 넘게 라인란트팔츠 주 산림관리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6년 친환경적 산림 경영의 이상을 실천하고자 독일 중서부 휨멜 조합의 산림경영지도원이 되었다. 이곳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규모 기계 대신 말이나 사람의 손을 이용하여 산림을 관리하는 독일 전역에서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이다. 이러한 친환경 관리 방식 덕분에 독일 내 친환경 숲에 수여하는 상을 수차례 받았다. TV와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와 강연, 세미나, 저서를 통해 나무의 신비롭고 놀라운 삶과 숲 생태계 회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나무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째 바꿀 각오를 해야한다. 이 책을 통해 나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저 저자의 감성을 담은 것이 아니다. 각종 실험과 근거 자료를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해낸 사실이라는 점이 이 책을 더욱 값지게 한다. 그러면서도 전혀 딱딱한 투의 글이 아니다. 나무는 물론 그 숲을 이루는 구성원들을 함께 다루었고 인간의 위치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인 '나무 수업'은 인간인 우리가 배우는 나무에 대한 수업이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나무들이 경험하는 수업이기도 하다. 제목 자체에서부터 주는 폭넓은 의미에서 한번 더 감탄한다.

학습 과정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제목대로 나무 학교 이야기를 한번 해 보자. 나무 학교는 아직도 체벌이 허용되는 무서운 학교다. 자연은 엄한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말을 잘 안 듣거나 잘 따르지 않는 학생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 몸통에, 껍질에, 극도로 예민한 부름켜에 고통스러운 균열의 생채기를 얻게 된다. 나무에게 이보다 더 나쁜 일은 없다. 나무는 자연 선생님의 이런 체벌을 달게 받아들여 교훈을 얻어야 한다. 상처를 아물게 하려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부터는 물을 아껴쓰는 법도 배워야 한다. 뒷일은 생각하지도 않고 땅이 주는 대로 물을 흥청망청 쓰던 버릇을 고쳐야 한다. 혹독한 체벌로 큰 깨달음을 얻었으니 앞으로는 아무리 땅이 물을 많이 주어도 아껴 쓰고 저축하는 습성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살다 보면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누가 알겠는가! (66쪽)

 

이 책을 읽으면서 부산해졌다. 몰랐던 사실이 나오면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숲 해설사 흉내를 내기도 했고, 주변 나무에 귀 기울이며 나무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하기도 했다. 이 책에 보면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대학의 모니카 갈리아노 교수가 브리스톨 및 피렌체의 동료 교수들과 실험을 했는데, 뿌리에서 나는 주파수 220헤르츠의 나지막한 탁탁 소리를 측정기가 잡아내었다고 한다. 나무가 말을 한 것이다. 나무끼리도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는 점, 식물들이 그 주파수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 분야의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된 걸음마 수준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를 일이다. 고요한 숲에서 바라보니 나무들이 조용히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나무들뿐 아니라 숲속 동물들과 자연스레 연결되어 흥미를 더한다. 노루와 사슴의 수컷들은 어린 나무를 간지러운 몸을 긁는 효자손으로도 이용한다고 한다. 새들이 집을 짓는 것도 동고비, 딱따구리, 부엉이가 제각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온갖 균류도 숲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에 꼭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사람은 나무의 상품가치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 역시 처음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나무도 아픔을 느끼고, 지난 일을 기억할 수 있으며, 나무의 부모도 자기 자식들을 돌보며 함께 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자식을 부모에게서 베어 버리거나 둘 사이를 기계로 마구 헤집지 못할 것이다. (8쪽)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며 그 안에서 인생을 생각할 수 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고, 어느 순간에는 인간으로서 나무의 존재를 엄숙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읽었던 나무에 관한 책 중에 최고이다. 문장 하나 하나가 저자의 입담을 통해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이었고, 다 읽고 나니 주변의 나무 한 그루가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살아서 말을 건네고 끊임없이 생명력을 내뿜고 있는 나무를 재발견하게 되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한 나의 변화였다. 세상을 보는 눈이 한 폭은 깊어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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