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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회의 탄생 - 중국의 지식인 시의 나라를 열다 ㅣ 이상의 도서관 52
강필임 지음 / 한길사 / 2016년 2월
평점 :
주변의 모임 문화를 생각해본다. 차를 마시며 책에 관해 토론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놀기도 한다. 적어도 나의 모임에서는 시낭송을 하거나 싯귀 한 구절을 들려주는 사람들은 있을지언정, 즉흥적으로 시를 지어 읊는 사람들은 없다. 그런 모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문화이기 때문에 다들 과묵해지다가 말 것 같다. 옛날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책『시회의 탄생』을 보며 옛시절의 풍류를 짐작해본다.
이 책의 제목은『시회의 탄생』이다. 시회(詩會)는 Poetry Party 라고 한다. 그동안 책에 실려있는 시를 보며 짐작만 했을 뿐, 시회가 활발하던 그 당대의 분위기를 알지도 못했기에 이 책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시회는 전통 시대 동아시아 지식인이 시가를 통해 지적이고 예술적인 교류를 하며 우아하게 소통하던 문화였고, 사상적, 문학적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열린 모임이자 고급문화를 즐기는 풍류적 모임으로서, 일종의 지적인 유희였다. (39쪽)
이 책의 저자는 강필임. 중국 시를 읽고 연구하는 길을 걷고 있다. 위진남북조 시대와 당대의 시가, 악부시를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중국문화 방면에도 관심이 있다. 중국 고전시를 고전의 범주에 두지 않고 현대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 책은 총3부로 나뉘는데, 제1부 '풍류, 시로 즐기다'에서는 동아시아 문화와 시화, 시회의 개념, 시회의 기원을 다룬다. 제2부 '시의 나라가 열리다'에서는 시회의 재구성, 시회의 확장, 시회의 문화를, 3부 '시의 맛, 시인의 멋'에서는 시회와 문학, 시회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시회의 의미, 용어의 출현 등을 짚어보며 시회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시회, 시사, 백일장, 살롱 등을 비교분석하며 배경지식을 키웠다. 또한 이 책에 담긴 글을 보며 옛사람들이 시회를 열었던 분위기를 상상해본다. 방대한 자료와 그림이 곳곳에 담겨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전에는 시를 보면 그 시 한 편만 해석하고 분석하며 읽었는데, 이 책을 보다보니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완성된 시 한 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를 둘러싼 배경까지 둘러보는 듯한 느낌이 드니 새롭게 다가온다. 스토리가 있기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고전시를 접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한자어가 많고 현대인으로서 난해한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고전을 공부하는 것은 온고이지신 즉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이니 삶을 이해하는 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맨뒤에는 주(註)와 참고문헌이 실려있는데 보다 깊은 정보가 필요하다면 참고해볼 일이다. 학술적인 성격이 강한 책이다.
맺는말에 보면 "요즘 사람들에게 시는 지나치게 경건하거나 지나치게 가볍다."라는 문장이 있다. 특히 고전시는 대중에게 어렵기만한데, 사실 고대 문인들에게 시는 생활 속에 녹아든 문화였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선조들의 정신문화를 들여다본다. 이 책은 고전시를 연구하는 사람이나 학생들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것이다. 시에 관심있는 일반인에게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고전시에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