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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141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 김율 옮김 / 한길사 / 2016년 1월
평점 :
이 책은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 중 141번째 책『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이다. 한길그레이트북스는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집대성한 시리즈물인데, 동서양의 인문사회과학 고전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학술적인 도서이다. 난해하지만 짚어볼 만한 의미가 있는 고전들을 지난 20년 간 꾸준히 발간하고 있고, 각종 권장도서 및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기에 나또한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 책『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을 통해 미술사 영역의 확장을 지켜보며 파노프스키 연구를 살펴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인 에르빈 파노프스키(1892~1968)는 독일 하노버 출신이다. 파노프스키는 양식 연구를 중심으로 한 미술사학자로서 출발했으나, 바부르크의 정신적 유산을 계승함으로써 도상해석학(iconology)이라는 새로운 이론 체계와 구체적 방법론을 확립해 20세기의 가장 중요하고 독창적인 미술사학자가 되었다. 그의 도상해석학은 기존의 도상학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총체적, 정신사적 맥락에서 도상의 심층적이고 복합적인 의미를 밝히려 시도함으로써 미술사의 학문적 지평을 문화학과 철학으로 확장했다.
파노프스키는 도상해석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개척했기에 '미술사학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린다. 그는 스콜라철학과 고딕건축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해 '심적 습성'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에르빈 파노프스키가 1948년 12월에 펜실베이니아의 성 빈센트 칼리지에서 행한 학술강연 원고다. 김율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의 설명으로 강연 원고라는 저술 형식에 관해 이해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비전문가 청중을 대상으로 학술강연을 하고 그 강연 원고를 학술 저서 시리즈의 한 권으로 출간하는 것은 파노프스키가 망명한 이후 경험한 미국 학계 특유의 저술 문화였다고 한다. 중세의 건축 자료와 철학 문헌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하는 '문화적 평행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이 저서의 핵심 개념인 '심적 습성'(mental habit)을 선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시작은「철학의 첨탑, 첨탑의 철학」이라는 글로 김율 교수가 열었고, 중간 부분은 파노프스키의 강연 내용과 도판이 실려있다. 마지막 에필로그는「파노프스키가 예술작품에서 보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글이 담겨있다. 더 읽어볼 책들과 파노프스키 연보,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로 마무리된다. 파노프스키의 학술강연 원고를 기반으로 해당 연구자의 해설까지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쉬운 책이 아니었다. 어려웠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옮긴이의 말에 있는 번역에 대한 글로 이해해본다. 독일인 파노프스키의 영어 사용에 따라 번역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 옮긴이로서는 독일어와 프랑스어 번역본을 일일이 대조하며 문장에 담긴 그의 속내를 고민 끝에 짐작하는 것이 최대치요, 만족스럽게 번역하는 것은 언감생심, 요령부득인 경우가 숱하게 많았다고 고백한다. 또한 수많은 건축 전문용어가 번역뿐만 아니라 일반인 독자로서 생소한 느낌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옮긴이의 논문「기록으로서의 예술 작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약간 수정한 글인「에필로그: 파노프스키가 예술작품에서 보는 것은 무엇인가」의 첫문장을 보면 이 책의 의미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파노프스키는 흔히 '미술사학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린다.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이론이 물리학의 전통적 패러다임을 뿌리에서 뒤흔들어놓았듯이, 파노프스키는 도상해석학의 방법론을 정초함으로써 미술사학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195쪽)
이 책은 미술사학의 아인슈타인 파노프스키의 학술강연 원고를 담았고, 김율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의 연구와 번역이 뒷받침 되었다. 파노프스키가 비전문가 청중을 대상으로 학술강연을 한 원고를 출간한 것이지만 일반인으로서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건축전문가, 미학자, 미술사학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