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바디
김휘 지음 / 새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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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의료 기술로는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린다면, 그냥 죽어갈 것인가 냉동인간이 되어 미래를 기다릴 것인가. 냉동인간에 대해 소설이나 기사를 보면 잠깐씩 생각에 잠긴다.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으련다.'가 지금껏 내가 생각하는 결론이다. 미래에 깨어났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낯선 현실에 당황하게 된다면 굳이 돈 들여서 냉동인간이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현재의 삶은 마무리되는 것이니 말이다.

 

냉동인간이라는 소재에 다양한 상상력을 입힌 소설이 출간되었다. 전작『해마도시』에서 인간의 기억과 신념이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고 어쩌면 세뇌된 것일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진 소설가 김휘가 3년 만에 새로운 소설『퓨어바디』로 돌아왔다.

 

 

이 소설은 아주 우연하고 단순한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깨어난 냉동인간은 어떤 미래를 경험하게 될까. 어떤 미래인을 만날까. 상상은 물음으로 바뀌었다. 이내 그 물음은 물음표가 집요하게 들러붙어 낚시 바늘의 미늘처럼 다른 물음들을 끌어왔고, 냉동인간이 느끼게 될, 낯설고도 익숙한 어떤 분노와 슬픔을 먼 미래에서 떠밀려온 난파선의 잔해처럼 이 소설 속에 드리우게 했다. (311쪽_작가의 말 中)

 

 

더 이상 정상인이 태어나지 않는 오염된 미래. 정상인 인구 유지를 위한 최후의 시스템, '퓨어바디'를 두고 세상은 정상과 비정상의 갈등에 휩싸인다. (책표지 中)

냉동인간에 대한 소설은 이번에 처음으로 읽어보았다. 실제 과학으로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으며 소설 속 상상은 어디까지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접한 것이서 충격적이었다. 막연히 미래의 어느 날 기술이 발달하여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만 했을 뿐인데, 미래는 장밋빛으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장단점이 있는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지금이 최첨단을 달리는 생명공학의 시대이긴 해도 미래에는 분명 지금보다는 발전할터인데, 과연 그렇게까지 가게 될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예상치 못한 내용에 허를 찔렸다.

 

이 소설 속 이야기에서 인간의 내면을 끄집어내어 형상화한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히 미래의 어느 시점에 있을 법한 일을 다룬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 속에, 우리의 내면에도 꿈틀거리고 있는 추악한 본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질문들에 내면의 답변을 들어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묘미였다. 작가가 인간의 본질에 던지는 물음에 독자는 저마다의 상상으로 답변을 정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정상과 비정상의 편견을 직시하며 생각에 잠긴다.

"당신이 잉태된 거라고 생각해요?"

"엄밀히 말해서 정상인인 당신은 잉태된 게 아녜요. 배양된 거지요. 표현이 좀 그래서 미안하지만. 어쨌든 당신은 태어난 게 아니라 당신을 입양한 부모가 인공자궁플라자에서 선택한 퓨어바디의 생식세포로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당신은 특허 붙은 생명일 뿐이라고요."

"그러면서도 당신은 나 같은 이형인들을 보면서 당신이 정상인이라고 안도하죠. 안 그런가요?"

"대체 정상이란 게 뭐죠?"

"당신들이 말하는 정상이니 전형이니 이런 게 대체 뭐냐구요? 어차피 그건 가상의 산물일 뿐 아닌가요? 이형인들이 없다면 정상이니 전형이니 따위가 무의미하겠죠. 당신 역시 이형일 뿐이라구요. 서로가 서로에게 이형인 겁니다." (87쪽)

 

 

이 소설가는 천재이거나 지나친 공상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를 엿보며 황당하기도 하고 당혹스러운 느낌에 사로잡힌다. 소설은 있을 법한 이야기를 표현한 문학세계다. 현실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상상으로 그럴 듯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이 책은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으면서도, 상상하지 못하던 미래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몸서리쳐졌다. 어둡고 불쾌하고 적나라한 묘사, 머릿속에 그려질 수 있도록 친절하게 눈앞에 펼쳐준다. 불쾌감이 온몸에 엄습해오도록 하고 끈적끈적하고 암울한 지하세계에 있는 듯 생생하다. 그럼에도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덮을 수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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