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기분
박연희 지음, 쇼비 그림 / 다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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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언어이지만 언어의 한계를 느끼는 요즘이다. 내가 알고 있는 단어는 한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당연히 표현력이 제한되어 있다. 같은 나라 말을 쓰지만 좀더 다채로운 언어 표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예쁜 우리말 에세이를 담은『명왕성 기분』이 눈에 띄었다.

오상진, 이진 MBC 아나운서, 크라잉넛 한경록, 생선 김동영 작가가 추천한 '우리말 나들이' 작가의 예쁜 우리말 에세이!

띠지에 있는 추천의 글을 보고 이 책이 더욱 궁금해졌다. 이 책을 통해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글에서 감성 지수를 올려보며 예쁜 우리말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박연희. MBC FM <우리말 나들이><클래식 공감><굿모닝 FM 서현진입니다>, MBC FM <우리말 나들이><토크쇼 임성훈과 함께> 등등의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책 <쓰면서도 잘 모르는 생활 속 우리말 나들이>를 썼고 2008년 MBC 대한민국 아나운서 대상 작가상을 받았다. 현재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영국 경찰과 함께 영국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먼저 이 책의 제목 '명왕성 기분'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대체 어떤 기분인지 궁금했다. 궁금한 마음에 동명의 글을 먼저 찾아 보았다.

어릴 때부터 자주 느끼는 어떤 기분이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었던 이 기분에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주었다. '명왕성 기분' (40쪽)

첫 문장만 보았을 때에는 어떤 기분일지 생소했지만 글을 읽다보니 '나도 그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어.'라며 동의하게 된다. 이 책은 너와 나라는 타인의 간격을 조금씩 줄여주며 비슷한 감성을 찾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의 글들은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다른 이의 일기장 속 소소한 상념을 들춰보며 어느 순간 나 자신의 과거 혹은 현재 감정과 교차되는 느낌이다. 잊고 있던 감성을 되살려보기도 하며 케케묵은 기억의 먼지를 털어본다. 나도 한 때는 매일 일기를 쓰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의 감성은 지금과는 달랐던 것 같다. 책을 읽다보니 감성에 기름칠을 하게 된다. 흩어져 사라지는 시간의 흔적이 아쉽기도 하고, 지금의 나에게 감성지수를 조금만 올려보자고 속삭이게 된다.

살짝 손잡았던 두근거림보다,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던 슬픔보다, 혼자라는 쓸쓸함과 외로움보다,

어느 날 무심히 마주한 닳고 닳은 일기장 속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곳의 너와 나,

그리고 그날의 못다 했던 말들이 떠오를 때,

그렇게 지금 내 마음은 명왕성 기분. (책 속에서)

 

각각의 글 뒤에 있는 예쁜 우리말 단어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단어만 따로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다. '느럭느럭', '드레드레', '새살거리다', '그루잠' 등 이 책을 통해 뜻을 알고 읊조리니 새로이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우리말 단어가 양념처럼 하나씩 들어있어서 이 책의 맛을 살려주는 느낌이다. 그저 글의 내용만 읽고 흘러가는 것보다는 기억하고 싶은 단어 하나둘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도 의미 있다. 책의 맨 뒤에 '명왕성 기분'속 예쁜 우리말 43개를 따로 정리해두었는데, 단어를 기억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쓰다 만 일기장에 눈길이 간다. 일기를 쓰고 싶고 이왕이면 우리말을 적절히 섞어서 쓰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잊어버리고 있던 나를 떠올리는 책이다. 감성적인 글과 그림, 예쁜 우리말이 잘 어우러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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