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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드디어 마지막 장을 넘겼다.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푹 빠져드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었고, 이 책이 그런 책들 중 하나였다.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다. 책 뒷표지에 나오는 말 '인생 합주곡'이라는 말이 들어맞는다. 사람 살이는 그런 것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리들이 모여 큰 틀에서 화음을 이루는 것이 삶이다. 삶의 소리가 엮여 음악이 되어 울려퍼진다. 단편적인 인간 묘사가 아니라 등장 인물들이 하나로 엮이는 구성이다. 완벽한 주인공이 아니라 무언가 하나씩은 빈틈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등장인물들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소설이다. 책 뒷면의 설명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스토리의 진행은 만족스럽다.
바람둥이 남편을 둔 여자 포샤, 학생에게 두들겨 맞아 불구가 된 전직교사 버논, 아들에게 절연 당한 수녀 매브, 마약중독자였던 가난한 교사 척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반푼이'들이 펼치는 꿋꿋하고 희망차고 찬란한, 멋진 인생 합주곡!
되돌아보면 포샤 케인의 첫 이야기를 보았을 때 그저그런 소설 중 하나 아닌가 생각되어 쉽게 몰입하지 못했다. 이 책의 처음은 나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책을 읽어가는 속도감이 현저히 떨어졌을뿐만 아니라, 그만 멈출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포샤 케인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서도 장농에 숨어있던 장면이나, 호더인 포샤 케인의 어머니가 등장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라임이 들어간 다이어트 콜라를 좋아한다며 냉장고에 모아놓았지만, 대부분 적어도 5년은 됐을 거라고 확신하는 장면은 내 속을 긁어놓았다. 게다가 예전에 포샤가 엄마 몰래 집을 치우다가 들켜서 다시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 진정시키는 장면도 답답함의 극치를 달렸다.
앞부분을 쉬엄쉬엄 읽었다면, 포샤의 고등학교 선생님인 네이트 버논의 소식을 접하면서부터 호기심이 일었다. 학창시절 종이비행기를 날리도록 하며 인상적인 수업을 했었고, 공식 인류 회원증을 학생들에게 일일이 선물했던 문학선생님이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학생에게 야구방망이로 맞아서 불구가 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네이트 버논의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될 무렵부터 마지막까지는 단숨에 읽었다.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뒤로 갈수록 흡인력이 있어서 이끌려가게 된다. 결국에는 포샤 케인의 책출간 이야기와 버논 선생님이 생을 포기했는지 이어갔는지 궁금해져서 끝까지 읽게 되었다. 혹시라도 비슷한 취향의 사람이 이 책을 선택한다면 일단 읽어보라고, 멈추지 말고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처음부터 정신이 번쩍 들게하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훅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소설의 저자는 매튜 퀵.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모두 영화 판권이 팔리는 이 시대의 대표 작가다. 남부 뉴저지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문학과 영화를 가르치면서 축구와 야구 팀의 코치로 활동했고 상담교사로 수많은 10대의 고민을 카운슬링했다. 교단을 떠나 오랜 꿈이었던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고 발표한 데뷔작《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전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됐으며 펜,헤밍웨이 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그 뒤《보이 21》《지금 이 순간의 행운》《용서해줘, 레너드 피콕》을 발표하면서 천재 소설가로 이름을 알리며 <타임>이 선정한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오르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은 다음 문장에서였다. 요즘들어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이 많기 때문에 그 말이 특히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도 100퍼센트 선하진 않아. 갑자기 켄이 한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건 그가 평소에 즐겨 하는 주문과도 같은 말 중 하나였다. 모두 조금은 사악하지. (144쪽)
또한 다소 낯선 이 책의 제목에 대한 것도 소설을 읽다보니 알겠다. "이거 버논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자주 말했던 보네거트 소설 첫문장을 인용한 거지, 그렇지?"
매튜 퀵의 재치 넘치는 지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버논이 키우는 개의 이름을 알베르 카뮈라고 짓고, 실제로 카뮈가 개로 환생했다고 믿어 그가 쓴 세기의 소설과 희곡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나, 이 책의 제목인《러브 메이 페일》을 매튜 퀵 자신의 정신적 지주인 커트 보네거트의 《제일버드》의 앞 소절인 "사랑은 실패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예의는 승리할 것이다."라고 했던 부분에서 착안했다는 점 등은 매튜 퀵이 지적 모험가로서의 기량을 엿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中)
출판사의 책소개에서는 '예의', 소설 속에서는 '공손함'으로 표현된다.
《러브 메이 페일》이 엠마 스톤을 주연으로 영화화된다고 한다. 등장인물들이 상처가 있지만 꿋꿋하고 강한 매력이 있기에 스크린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책을 다시 한 번 보아야겠다. 어떻게 다르게 그렸고, 어떤 점이 화면에서 잘 표출되었는지 비교해보고 싶다. 내심 이들의 특성을 잘 살려서 영화도 성공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