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현실에만 집중된 시야를 넓히는 데에는 역사 공부만한 것이 없다. 우리의 과거를 큰 틀에서 되돌아보고, 현재의 모습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이다. 하물며 '인간 존재'에 대해서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고 생각해보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한다. 이 책《사피엔스》를 통해 인간 종의 역사를 때로는 세세하게, 때로는 큰 틀에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보았다. 이 책을 통해 인간 종 이해를 위한 기나긴 대장정을 펼친다.
《사피엔스》는 2011년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어로 출간된 이래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국제적인 베스트셀러다. 저자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는 유발 노아 하라리 박사. 스스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총,균,쇠》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그는 '빅히스토리'를 서술한다. "매우 큰 질문들을 제기하교 여기에 과학적으로 답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총,균,쇠》는 보여주었다." (옮긴이의 말 中)
이 책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종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인간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지구에 있는 생명체들의 진로는 전면적으로 바뀔 것이다."(6쪽) 문제의식을 느끼며 이 책에 몰입하게 된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뉜다. 제1부 인지혁명, 제2부 농업혁명, 제3부 인류의 통합, 제4부 과학혁명이다. 이 책에서는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세 개의 혁명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고,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으며, 약 5백 년 전에 시작된 과학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이 책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친절하게 떠먹여 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정치, 종교, 경제 등 인간 종의 다양한 면모를 가만히 앉아서 살펴본다. 질문을 던지고 독특한 관점으로 답변을 제시해주기에 바라만 봐도 흥미롭다. 관객에게 입장료가 아깝지 않고 정말 잘 봤다고 생각하게 하는 공연같다. 물론 준비를 철저히 해서 그 자체로 완벽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공연 말이다.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아우르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능력에 저절로 손가락을 치켜 세우게 된다. 재미있게, 흥미롭게, 몰입해서 보았다.
특히 인지혁명, 농업혁명을 지나 과학혁명을 읽을 때에는 좀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었다. 점점 현재의 인류와 가까워지며 인류의 현재모습을 솔직담백하게 짚어주기 때문이다. 설득력 있는 돌직구에 어느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주의-소비지상주의 이념을 성공적으로 준수하며 살아간다. 새로운 윤리가 천국을 약속하는 대신 내놓은 조건은 부자는 계속 탐욕스러움을 유지한 채 더 많은 돈을 버는 데 시간을 소비할 것, 그리고 대중은 갈망과 열정의 고삐를 풀어놓고 점점 더 많은 것을 구매할 것이다. 이것은 그 신자들이 요청받은 그대로를 실제로 행하는 역사상 최초의 종교다. (494쪽)
또한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중이라며 유전공학, 사이보그 공학을 언급한다.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역사의 다음 단계에는 기술적, 유기적 영역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정체성에도 근본적인 변형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이다. 또한 이러한 변형은 너무나 근본적이어서 사람들은 '인간적'이라는 용어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584쪽)
"인간이 신을 발명할 때 역사는 시작되었고, 인간이 신이 될 때 역사는 끝날 것이다."
-유발 하라리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의 한구석에서 자기 앞가림에만 신경을 쓰는 별 중요치 않은 동물이었다. 이후 몇만 년에 걸쳐, 이 종은 지구 전체의 주인이자 생태계 파괴자가 되었다. 오늘날 이들은 신이 되려는 참이다. 영원한 젊음을 얻고 창조와 파괴라는 신의 권능을 가질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587쪽)
두껍지만 한달음에 읽게 되는 책이다. 저자의 어투는 비판하거나 교훈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거부감도 없다. 무엇보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저자가 곳곳에 장치해 놓은 웃음코드 덕분이다. 거창하고 두꺼워서 움찔하더라도 조금만 읽다보면 금세 시선을 고정하게 될 것이다. 약간 비장하게 읽기 시작했지만 '뒷담화 이론', '게걸스러운 유전자 이론' 등 깔깔거리며 읽다보니 어느새 무장해제되어버렸다. 생물학과 역사학을 결합하여 들려주는 우리 종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며, 인간의 미래까지 엿본다. 어느새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추천사처럼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