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과 철학하기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12가지 행복 철학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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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김광석의 노래와 철학을 연관시켜 한 권의 책을 엮어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오산이었음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한 때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따라부르던 때를 떠올린다. 그저 유행하기에 잘 알던 노래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가사에 담긴 의미가 새록새록 가슴에 새겨진다. 무게감 있는 가사 내용이었는데, 그저 흘러가는 유행가 정도로만 가벼이 지나가버렸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새삼 놀랍다. 김광석의 노래들을 매개로 철학적 사색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또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김광석과 철학하기』는 서울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여러 학기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또한 KBS 2TV <TV 특강>에서 '행복을 위한 철학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신년벽두에 1주일 동안 강연했던 시리즈를 보완했고, 라디오에서 여러 달 동안 강연했던 내용도 포함했다.

 

이 책의 저자는 김광식. 인지과학의 성과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인지철학자이자, 여러 문화 현상의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문화철학자,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로 있다. 김광식 교수는 에피쿠로스의 말을 빌려 "몸의 병을 물리치지 못하는 의술이 아무 소용없듯이, 마음의 고통을 물리치지 못하는 철학 또한 아무 소용이 없다'라고 강조한다. 거대담론의 철학보다 일상을 이야기하는 철학을, 삶과 격리된 동굴 속 철학이 아닌 삶의 작고 큰 고통을 함께 나누는 철학을 지향한다.

 

왜 노래와 철학인가? 아픈 마음을 엮고 푸는 씨줄과 날줄이 감성과 이성이니까. 노래는 감성으로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철학은 이성으로 아픈 마음을 헤아려준다. 마음이 아플 때 노래를 들으면 아픔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프다. 아픔의 증상만 가라앉혔을 뿐 아픔의 원인을 찾아 해결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픔의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 건 감성이 아니라 이성이다.

왜 김광석인가? 슬프니까. 슬퍼서 오히려 마음속 슬픔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슬픔이 슬픔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슬픈 노래를 생뚱맞게 행복을 위한 철학과 엮는가? 행복을 위한 철학은 불행한 이들을 위한 철학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이들은 행복을 위한 철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미 행복하기 때문에. (6쪽)

6쪽에 나온 이 문장을 보면 왜 김광석의 노래와 철학을 연결시켜 행복을 향한 논의를 하는지 의문이 풀린다. 처음에 느꼈던 의구심은 사라지고 금세 이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 쉽게 접하던 노래나 영화 등을 매개로 일상 속에서 철학을 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에는 김광석의 노래김광식의 강연이 담겨있다. "거리에서"와 행복의 철학,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이상의 철학, "나무"와 쾌락의 철학,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와 이성의 철학, "사랑했지만"과 의심의 철학, "이등병의 편지"와 비판의 철학,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와 자유의 철학, "타는 목마름으로"와 혁명의 철학, "슬픈 노래"와 초인의 철학,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죽음의 철학, "그녀가 처음 울던 날"과 정의의 철학, "말하지 못한 내 사랑"과 몸의 철학에 관해 이야기한다. 각각의 노래에 대해 3악장의 설명이 이어지는데, 이로 인해 철학자의 사상이 한 걸음 가깝게 다가온다.

 

가장 먼저 김광석의 '거리에서'노래 가사가 담겨있다. 가사를 읽어나가다보니 머릿속에 노랫가락이 흘러다닌다. 이어지는 글을 읽다보면 그 의미가 더 크게 작용한다. 이 노래에 숨겨진 행복을 위한 키워드 '꿈결'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고, 이야기는 '꿈결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철학'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행복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과 여러 철학자들의 철학적 사색이 어우러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운드 트랙을 들을 때에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 듣듯이 김광석의 노래 중에 특별히 좋아했던 노래에 먼저 눈길을 주어도 좋을 것이다. 나는 이 중에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떠올렸는데, 어느 가을 날 버스를 타고 가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이 노래에 눈시울을 적신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노래 한 곡에 담긴 인생은 무덤덤하면서도 평범한데 그래서 더 슬펐는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기나긴 인생이지만, 이렇게 보니 인생의 순간이 너무 빨리 스쳐지나가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며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저자의 글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어루만져준다. "왜 우리는 자발적으로 넥타이를 매는가"를 통해 매는 구속과 매어주는 예속의 굴레를 이야기하고, 헤겔의 변증법으로 이어진다. 자유와 구속의 논의와 함께 진정 자유롭고 행복한 이상적인 집안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웃음치료사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하란 대로 열심히 웃었지만 강의가 계속될수록 점점 힘들고 지쳐갔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는 말에도 물론 일리가 있다. 하지만 슬픔을 애써 외면하며 '웃자, 행복하자' 주문을 외운다고 하루 아침에 행복모드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행복하려고 한다면 슬픔을 직시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나에게 맞는 행복을 찾는 지침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나만의 행복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갈래의 길을 보여준다.

 

교과서 안에서 이론적으로 만나는 철학자들의 철학이 아니라, 김광석의 노래 가사와 연관지어 바라보니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처음의 의구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이 책에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남긴 말에 동의한다. 이 책은 읽어나가며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나에게 맞는 행복을 깨우치도록 도움을 주었다.

김광석의 노래와 나의 철학이, 당신이 마음 깊숙이 감추었을지도 모르는 슬픔을 쓰다듬고 다독여 스스로 치유하고, 당신의 삶이나 슬픔의 모양에 맞는 행복을 스스로 깨우치도록 돕는 작은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356쪽)

 

김광석의 노래를 즐겨들었던 사람에게는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김광석의 노래를 잘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이 책이 주는 철학적 메시지는 인간이라는 존재라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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