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쟁 1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특이한 책이다. '내가 왜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읽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손에서 놓을 수 없어 계속 읽게 된다. 너무나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 속 상념이어서 '뭐 이런 것까지 표현했을까?' 의문이 들면서도 읽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결국 이 책을 내 자발적인 의지로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 읽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표현하기 힘든 이상한 느낌을 프랑스의 누벨 옵세르바퇴르가 잘 설명해놓은 것을 보고 '맞아, 이거야!' 손바닥을 치며 동의하게 된다.

그날이 그날처럼 묘사되는 뻔한 일상들. 그런데 왜 그것이 보고 싶어 죽겠는가.

이 기이한 욕구.『나의 투쟁』은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작품이다.

-프랑스_누벨 옵세르바퇴르

 

이 책의 저자는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노르웨이 작가다. 1998년 첫 소설『세상 밖에서』로 노르웨이 문예비평가상을 받았다. 2004년 두 번째 소설『어떤 일이든 때가 있다』도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세 번째 소설『나의 투쟁』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 그의 자화상 같은 소설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6권, 3,622쪽으로 출간되어 노르웨이에서 기이한 성공을 거두었다. 총인구 500만 명의 노르웨이에서 50만 부 이상이 팔렸다. 모든 것이 이례적이었다. '크나우스고르 현상'이 일어났다. 그의 모든 것을 담은 이 소설을 전 세계가 읽고 이야기했다. 2009년 노르웨이 최고 문학상 브라게상을 받은 뒤『나의 투쟁』은 독일, 영국, 프랑스, 그리스 등 유럽 전역과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아메리카 대륙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도 속속 번역되었다. (책날개 中)

 

이 책을 통해 노르웨이 작가의 소설은 처음으로 접했다. 소설을 읽을 때에 어떤 편견에도 휩싸이지 않으려고 제목과 저자 이상의 정보는 애써 외면하고 소설 본문을 읽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과 저자에서부터 선입견이 발동했고, 그것을 깨는 데에서 소설 읽기는 시작되었다. 노르웨이 작가라고해서 생소하리라는 생각은 일상에서 누구나 어떤 부분에서는 생각할 법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기에 나의 첫 느낌이 맞지 않았다.『나의 투쟁』이 히틀러의 자서전과 같은 제목이라는 점에서 주는 '투쟁'의 느낌은 책을 읽을수록 달라졌는데, '투쟁'보다는 '나'라는 데에, '인간'이라는 존재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러면서 결국 삶은 어떤 색깔로 채워지든 '투쟁'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인식한다.

 

인간의 삶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자세히 바라보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그 안에서 주변 사람이나 내 안의 감추고 싶은 모습까지 낱낱이 보게 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가 이것까지 읽어야하나?'라는 의문을 수없이 던졌지만 멈출 수 없었던 것이 바로 그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인간으로서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부터 도덕성에 가책을 느끼며 괴로워지는 생각까지 다양한 감정을 훑고 지나간다. 인간이라면 비슷한 경험을 하거나 같은 생각을 하는 교집합이 있기 마련이고, 소설 속에서 그런 점을 발견했을 때에 가슴이 쿵 내려앉으며 복잡한 심경에 방황하게 된다. '내 마음속에도 그런 것이 있었지'하는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언뜻 스치는 사악한 생각마저도 불쾌감이 비치지 않게 표현했다.

 

크나우스고르의『나의 투쟁』집필 방식은, 자기 자신을 1인칭 화자로 두는 동시에 과거 속에 살고 있는 인간으로 묶어둔다. 그렇게 함으로써, 독자들은 크나우스고르의 이야기에서 현재가 아닌 그 어느 한때를 떠올리며 몰입하게 된다. 이때 독자들은 기묘하게도 현재가 아닌 이야기에서도 현재성을 느끼게 된다. (673쪽_옮긴이의 말 中)

문장 기법이 다른 책과는 다른 듯하면서도 특별히 독특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은근히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드러내놓지 않고 흡인력을 발휘하여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책이다. 별 말 아닌데 자꾸 사람을 끌어들여 '내가 왜 이런 말에 빠져들지?'라고 의심하면서도 결국 끌려들고 만다. 분명 평범하게 말했지만 어느새 나는 독특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말을 독특하게 하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작가이다. 6권으로 구성된 이 책『나의 투쟁』중 이 책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다음 권을 읽지 않고는 못배길만큼 벌써 나를 흔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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