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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불능 - 인간과 기계의 미래 생태계
케빈 켈리 지음, 이충호.임지원 옮김, 이인식 감수 / 김영사 / 2015년 12월
평점 :
이 책의 띠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워쇼스키 감독의 영화 <매트릭스>에 결정적 영감을 준 바로 그 책!
<포춘>선정, 모든 경영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이 소개만 보아도 궁금한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읽어보게 된다. 이 책은 케빈 켈리의 1994년작이 2015년에 김영사에서 번역출간된 것이다. 20여년 전의 과학 서적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읽을거리를 던져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한 과학 명저로서 손색이 없는 책이다.
총 931페이지의 두께감이 주는 무게감과 과학서적이라는 이 책의 분류 때문에 이 책과의 첫만남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읽기로 결심했으니 눈앞에 있는 이 책을 펼쳐들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일단 책장을 넘기면 글자가 하나씩 들어온다. 가장 먼저 이 책의 추천사가 눈에 띈다.
모든 경영인이 꼭 읽어야 할 책. 유용한 통찰로 가득할 뿐 아니라 무척 재미있다. _포춘
이 책은 진화와 생명의 의미에 대해 내가 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_하워드 라인골드 《가상공동체》《넷스마트》저자
이 책의 저자는 케빈 켈리.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문화 잡지인 <와이어드> 창업자이자 초대편집장이다. 네트워크에 기반한 사회와 문화를 예리하게 분석한 글들로 <뉴욕타임스>로부터 '위대한 사상가'라는 칭호를 얻었다. <보스턴 글로브>로부터 '지적, 기술적 선구자들의 생생한 전시관'으로 평가받은 이 책에는 현대 과학과 기술에 대한 켈리의 혁신적이고 놀라운 통찰이 담겨 있다. 앞으로 다가올 세계를 신생물학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이 책은 미래 기술에 대한 수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며 설득력 있는 예고편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은 태어난 것들과 만들어진 것들의 결합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술자들은 생명체와 기계 양쪽으로부터 논리적인 원리를 추출한 후, 극도로 복잡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그 원리를 적용함으로써, 만들어진 동시에 살아 있는 것을 고안해낸다. 이와 같은 생명체와 기계의 결합은 어떤 면에서는 정략 결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창조한 인공물의 세계가 극도로 복잡해짐에 따라, 그 세계를 다룰 방편을 찾기 위해 다시 생명체의 세계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환경이 고도로 기계화될수록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궁극적으로 고도로 생물학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기술의 토대 위에 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회색빛 강철의 세계가 아니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미래는 신생물학적 문명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16쪽)
책을 읽는 것이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꿔놓을 수 있다면, 약간의 부담감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만날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의 부담감은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모험심으로 바뀌었다. 이 책은 나에게 생각의 확장에 도움을 준 책이다. 솔직히 낯선 부분도 더러 있었지만 그런 부분은 가볍게 넘어갔다. 관련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일반 독자로서 낯선 느낌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어렵고 쉬운 문제를 떠나,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분야까지 독서의 영역을 넓히게 된 책이다. 방대한 분량의 이 책 속에서 낯선 단어, 처음보는 연구 등을 접하며 지금껏 나의 독서가 편향적이었다는 점을 깨닫는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뿌듯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세상을 정복한 정복자가 된 느낌이랄까. 24장에는 '신이 되는 아홉 가지 법칙'이 나오는데 이제 컴퓨터 칩, 전자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로봇 모듈, 의약품 탐구, 소프트웨어 설계, 기업 경영에 적용되고 있으니 인간 사회는 이전과는 다르게 변화하고 창조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복잡해질 이 세상의 현재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예측해본다.
<매트릭스>에 결정적 영감을 준 책이라는 점에 혹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그렇게라도 나의 시선을 끌어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같은 세상을 살지만 다른 생각을 하며 사는 무수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에 실린 개념 중 저자가 독자적으로 생각한 것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한 개념들은 대부분 참고 문헌에 실린 책과 논문 외에도 사람들과 나눈 대화와 인터뷰, 주고받은 편지를 압축하거나 고쳐 쓰거나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혼자만의 저작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탄생한 책이다.
이 책의 맨 앞에 해제를 담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이자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은 국내에 출간된 '더 읽어볼 만한 관련 도서'를 열 권 소개하고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참고하고 찾아보면 유용할 것이다.
《사람과 컴퓨터》이인식, 까치글방, 1992
《카오스에서 인공 생명으로》미첼 월드롭, 범양사출판부, 1995
《인공 생명》스티븐 레비, 사민서각, 1995
《복잡성 과학이란 무엇인가》존 카스티, 까치글방, 1997
《혼돈의 가장자리》스튜어트 카우프만, 사이언스북스, 2002
《이머전스》스티브 존슨, 김영사, 2004
《스마트 스웜》피터 밀러, 김영사, 2010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이인식, 김영사, 2012
《몸의 인지과학》프란시스코 바렐라, 김영사, 2013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이인식, 21세기북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