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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해보니 지금껏 김진명의 소설은 나에게 새로운 창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다. 실제 사실에 무관심했던 나에게 소통의 창이 되어주었고 못보던 세상을 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었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 실제 인물을 소설이라는 구도 속에서 바라보았고,『고구려』를 보며 치열한 전쟁 속에 인생을 볼 수 있었다. 적당한 속도로 진행되는 역사 이야기에 손을 뗄 수 없는 매력을 느끼며 역사소설이 주는 선입견을 깨는 시간이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1026』인데, 새움 서포터즈 1기로 읽게 된 소설이다. 한동안 정치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살았기에 이 책을 개인적으로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탐정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소설 속 이야기에 빨려들어간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 소설이다. 오랜만에 소설 읽는 맛을 제대로 느끼며 몰입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 책은 『한반도』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소설의 개정판이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미스터리한 하루, 10월 26일을 다룬 소설이다. 2010년에 1쇄를 발행했는데, 2011년에 초판 22쇄를 발행한 만큼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부터 10.26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다. 10년 전 소설 말미에 붙였던 작가의 말을 언급하는데 반드시 이 부분부터 읽으며 소설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한다.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아주 특별한 명령 하나를 내린다.
미국 정부의 어떤 공무원도 다른 나라 지도자의 암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특별 명령 11905)
이 특별한 명령은 그로부터 5년 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글자 한 자 고쳐지지 않은 채 다시 한 번 되풀이된다. 왜 이런 이상한 특별 명령이 반복적으로 내려졌을까? 소련이나 중국을 공격할 때 곧잘 인권을 들먹이던 미국으로서는 한 번 선포하기에도 부끄러운 내용일 텐데…….
나는 형식논리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결론에 이르렀다. 이것은 1976년과 1981년 사이에 외국의 원수가 암살된 일이있고, 그 암살에 미국의 공무원이 개입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그 사이에 암살된 외국의 지도자는 누가 있을까? 나는 그 사이에 암살된 외국의 지도자로 지구상에서 오직 한 사람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박정희였다. (7쪽_작가의 말 中)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지속적으로 의문을 던지는데, 그에 대해 함께 의문을 가지며 소설을 읽을 마음가짐을 다지게 된다. 그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고 여기에서부터 머릿속에는 끝없는 의문으로 가득차게 된다. 10월 26일 단 하루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으며, 거기에 얽힌 배후에는 어떤 사실이 숨겨져 있는지, 소설 속 인물인 서수연과 변호사 이경훈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일반 단행본 두 권이 한 권의 양장본으로 묶여서일까? 작가는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나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느 노인의 죽음, 조금씩 드러나는 단서 등 이 소설에 빠져드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속도감이나 몰입도를 놓고 볼 때 물 흐르듯이 술술 넘어간다. 막힘없이 잘 읽히는 책이었다. 잔가지를 쳐내고 굵직굵직한 이야기 줄기를 타고 가는데, 읽다보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오리무중이었던 사건에 단서가 하나씩 발견하게 되면 함께 의문을 가지며 하나하나 짚어나가게 된다. 사건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갈지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이들의 이야기에 시선을 고정했다.
역사소설을 읽을 때에는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타기를 해야한다. 하지만 읽기에 몰두하면서 어느 부분이 사실일까 궁금했던 마음은 슬쩍 사라지게 된다. 어느 순간 소설 속에 스며들어 등장인물들의 마음속에 들어가게 된다. 팩트이든 픽션이든 간에 그것은 더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속에서 발견하는 진실은 독자의 몫이고 독자들의 생각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을 계기로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관심이 생겨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현재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대한민국 7대 미스터리'라는 주제로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연재글이 『1026』과 연관된 글이니 관심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음뉴스펀딩주소 :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3114
이 소설을 다 읽고나니 작가의 말이 맴돈다. 지난 일이라고 시선을 뗄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어떤 역사관을 가지고 살아가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 부분만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고 이 땅을 우리보다 오래 살아갈 후손들을 위한 일이다.
'지금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 우리의 선택이 다음 세기의 한반도 역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20세기 최후의 20년간 이 땅에서 격동한 참된 역사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 사건들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 모든 현상의 배후에서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를 알아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