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 누나, 혼저옵서예 - 제주로 간 젊은 작가의 알바학 개론
차영민 지음, 어진선 그림 / 새움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제주에는 많은 외지인이 들어오고 있다.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입도했고 점점 그 숫자는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 중에는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여 즐겁게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 도시를 잊지못해 또 다시 짐을 싸서 돌아가기는 사람들도 있다. 전혀 다른 문화에 제주이민자라고도 불리는 이 사람들 중에는 귀농귀촌인, 문화이주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이주민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왜 이주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지내는지 등 다양한 사람살이를 책을 통해 보게 된다. 하지만 편의점 근무 알바생의 이야기는 처음이다. 제주이주민뿐 아니라 다른 곳의 편의점 알바를 통틀어 처음 읽고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색깔 있는 사람들이 산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제주로 간 젊은 작가의 알바학 개론'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 『효리 누나, 혼저옵서예』를 읽으며 유쾌하게 깔깔 웃을 수 있었다. 젊은 작가의 통통 튀는 매력이 가득 담긴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차영민. 소설가, 편의점알바생, 요망진 제주 청년이라고 한다. 1989년생으로 부산에서 태어나 현재는 제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 제주도 북서쪽 작은 어촌 마을인 애월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편의점 알바생'이라는 위치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풀어나가고 있다. 소설가이기 때문일까? 글이 맛깔나게 흘러간다. 흥미진진하고 유쾌상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비교적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일하는 편의점 야간 알바에도 전혀 심심치 않을 것 같다. 단골들도 꽤나 있을 듯한 예감이 든다. 이 책을 통해 편의점 안에서 별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있었던 일을 들려준다.

 

요즘들어 제주에도 편의점이 곳곳에 생기고 있다. 가끔 지나가다 보면 '이렇게 외진 곳에서도 24시간 영업을 하나? 그 시간에도 사람들이 올까?' 생각될 때가 있다. 그런데 작은 마을의 편의점이라면 더 하지 않을까. 제주도에서도 외진 곳으로 알려진 애월읍에서 편의점 알바로 일하며 겪은 일들을 구수하고 재미나게 엮었다. 별의 별 사람들을 겪으며 있었던 일들이 재미있게 변신한다. 꽤나 재미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제주도의 한 편의점 알바가 바라본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었다.

 

9시 40분 막차 시간 이후에 인적이 더 뜸해지는 곳. 자정이 넘으면 거리에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아지고, 그나마 다니는 사람들은 택시 기사, 경찰, 취객이 대부분이라는데, 그중 취객이 편의점에 찾아온다는 것이 문제. 온갖 기기묘묘한 괴인들의 출몰 이야기에 눈길을 고정한다. 갈지之 자의 현란한 스텝을 선보이며 다가온 취객에게 "내가 왕년에 말이야"로 시작되는 과거사를 참아가며 듣기도 하고, 좌충우돌 에피소드에 웃픈 느낌이 들기도 한다.

 

편의점 차 알바의 빵굽기 성공담도, 수상한 미술가 선생님의 '자네, 나 왔네!' 이야기도, 태풍 '볼라벤'이 왔을 때의 일화와 개,고양이 손님에 얽힌 이야기 등 편의점 안에서 바라본 세상사를 이 책을 통해서 본다. 편의점에서 펼쳐지는 차 작가의 일상에 큭큭 웃으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 하기도 하고,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그래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콘셉트로 엮어나간 것은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에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외로움이었다. 제주도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배타성이 훨씬 짙다. 태생이 '육짓것'인 나 같은 사람에게 제주 토박이들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 이주민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오래 살지 못하고 떠났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제주도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단 하나, 이 땅에 오래도록 함께할 사람인 걸 알게 해주는 것뿐이다. (299쪽)

 

제주도에 이주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책을 출간하면 좋겠다. 흥미롭게 읽을 용의가 있다. 이 책을 통해 모르던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냈다. 젊은 청년의 익살 가득한 문장에서 위로받는 느낌이다. 기분 좋게 웃으며 다른 세계를 엿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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