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의 탄생 - 유럽을 만든 인문정신
이광주 지음 / 한길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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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란 무엇이며 '교양인'이란 누구를 말하는가. 누구든 이 질문을 접하면 막연하게 떠오르는 '교양'이라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때 배운 표준어에 대한 정의가 떠오른다.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정의를 보면 '교양'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에 부수적인 해석이 달리지 않아도 우리는 '교양'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짐작한다. 하지만 좀더 확장된 시선으로 '교양'에 대해 파악해보지는 못했다. 시대별로, 문화별로 각기 다른 교양의 모습은 짚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교양'과 '교양인'에 대하여 기본적인 것부터 역사적으로 훑어볼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이 책 『교양의 탄생』으로 시대와 문화별로 달라진 교양의 흐름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광주. 고려대학교 사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지성사를 중심으로 유럽 문화 전반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해오고 있으며, 지금은 인제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교양을 고전, 대학, 살롱, 극장, 여행, 도시 등 갖가지 토포스와 관련하여 박학다식하게 두루 살피면서 우리들을 교양의 역사로 안내한다. 이 책을 통해 교양과 교양인의 역사를 짚어보며 유럽을 만든 인문정신을 살펴본다.

 

초반에 다소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솔직히 제일 어려운 부분은 '책을 내면서'라는 저자의 글이었음을 밝힌다. 그 부분을 벗어나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 얹어두었던 마음이 살짝 가벼워진다. 그리스로부터 시작하여 종교, 대학, 극장, 살롱, 서재, 아카데미, 여행 등으로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에 신기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듯 읽어나가게 되었다. 다양한 테마로 그 시절의 모습을 가늠해본다. 방대한 참고문헌이 책 뒤에 첨부되어 있으니 관련 전공자들이 읽고 참고하는 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이 소장용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방대한 자료를 섭렵한 것 이외에도 각종 그림과 사진 등의 자료가 질 좋은 종이에 인쇄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 번만 읽고 넘길 책이 아니라 여러 번 발췌독을 통해 곱씹어야 소화가 가능한 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의 질이 좋아야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뒷표지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가 이 책의 핵심 구성을 잘 간추려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교양이 정신의 육성을 뜻하건대 교양인은 바로 마음을 경작하는 자이다.

그는 농민이 밭을 갈 듯 도처에 삶의 푸르름을, 교양의 토포스를 마련한다.

중세 가톨릭의 교권체제에서 이룩된 카롤링거 르네상스와 12세기 르네상스, 그 토양 위에 세워진 대학이라는 교양공동체.

그렇듯 정신을 기르는 교양은 밭을 가는 노동과 함께 인간의 본성을 이룬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교양 지향적이다.

중세 기사와 귀부인의 사랑이 궁정풍 교양의 모태가 되었듯 사람들은 사랑을 하면서, 책과 예술을 가까이하면서, 음식과 여행을 즐기면서, 도시와 국가를 가꾸면서 교양인이 된다. (책 뒷표지_이광주)

 

교양에 관한 갖가지 테마로 방대한 유럽 역사 문화의 정수를 뽑아내어 잘 엮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게 된다. 이 책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훑어나가야 하는 책이다. 읽다보면 시간 순서에 따라 교양의 변천사를 살펴보게 된다. 또한 어떤 토포스를 현대의 교양과 연관지어 자신만의 논리를 구축해나갈지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다. 과거를 바라보며 이 시대의 교양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에 잠긴다. 이 시대의 교양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 교양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읽어보고 교양을 쌓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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