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스캔들 - 소설보다 재미있는 명화 이야기 명작 스캔들 1
장 프랑수아 셰뇨 지음, 김희경 옮김 / 이숲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미술관에 가면 그림 감상을 위해 힘들게 걸어다닌다.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 하나 발견하지 못하는 날에는 그저 다리가 아팠던 기억만 남는다. 어쩌다가 눈길을 잡아끌어 그 앞을 떠나지 못하게 되는 작품을 발견하면 그 맛에 미술관을 또 찾게 된다. 책을 읽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모든 책이 나를 뒤흔들어놓지는 못하지만, 어쩌다 만나게 되는 한 권의 책에 전율을 느끼고 그 맛에 계속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책을 읽든 작품을 보든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옮긴이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이들은 작품을 낳은 예술가의 삶과 사랑, 상황과 맥락에 주목합니다. 위대한 예술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이 아닌 만큼, 그 작품의 기원과 역사적 현실을 돌아보는 일은 작품의 이해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거죠. (옮긴이의 말 中)

이 책은 미술가를 살펴봄으로써 작품을 이해하는 키를 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흥미로워진다. '소설보다 재미있는 명화 이야기'라는 설명에 걸맞는 책이라는 점을 인정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장 프랑수아 셰뇨. 프랑스 주요 주간지 <파리 마치>의 문화부장 겸 편집부국장. 오랜 기간 이 책을 구상해온 그는 집필하기 전 여러 가쳬 취재 여행을 떠나 현장을 돌아보고, 여러 명의 미술사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했으며, 꼼꼼하게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거장 조각가 프락시텔레스에서부터 희대의 위조범이었던 판 메이헤른에 이르기까지 열세 명 예술가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그들 영욕의 작품들을 마치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풀어놓습니다. 미술사학자의 해설이었다면 자못 지루했을지도 모르는 이 일화들은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꼼꼼한 자료 탐색과 생생한 문체를 통해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개됩니다. 때로 가슴 뭉클하고, 때로 푹 빠져드는 이들 천재 예술가들의 이야기에서 독자들도 저처럼 그 여운이 오래 남는 진한 감동과 고양된 문화 체험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옮긴이의 말 中)

 

이 책은 프락시텔레스, 히에로니무스 보스 등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시작하지만,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화,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 등 누구든 알고 있는 명작 이야기도 함께 들어있다. 모나리자의 실종 사건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고 아찔하여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아슬아슬한 느낌이 마치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미켈란젤로에 대해서는 작품만을 보아오다가 인간적인 모습을 가늠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20미터 높이의 천장에 누운 자세로 매달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얼굴에 떨어지는 물감을 맞으며 천지창조를 그리려고 고군분투하던 시절도 있었고, 불편한 자세로 몸을 혹사했기에 몸도 마음도 노인처럼 늙어버렸다는 글을 보니 그저 작품을 보고 '잘 그렸다'라고 감탄하던 것 이상으로 인간적인 면이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한 판 메이헤른을 알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명화 위조범. 1932년 프랑스로 건너가서 유명한 화가들의 위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페르메이르(베르메르)와 더 호흐의 작품을 많이 위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나치 사령관 괴링에게 명화를 팔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전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죄를 자백함으로써 전모가 밝혀졌는데, 그에 얽힌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에 관한 글을 읽다보면 마치 판 메이헤른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듯 들뜨기도 하고 조마조마한 느낌으로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책 내용을 보면서 현장을 상상할 수가 있었다는 점도 이 책을 읽는 묘미였다. 이 책을 통해 숨겨진 스캔들을 들여다보며 역사를 들춰볼 수 있었다. 인간의 여러 가지 형태를 압축시켜놓은 듯, 화가의 그림을 통해 세상을 본다. 시대별로 발전해온 미술의 형태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면서 미술가 개인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림을 통해 그 시대의 문화를 볼 수 있고 분위기를 상상해본다. 다 읽고 나니 옮긴이가 말한 것처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낡은 격언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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