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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처네 (양장) -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12월
평점 :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거야.
-1904년 1월, 카프카, <변신> 중에서
이 말이 떠오르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니 알겠다. 지금껏 건성건성 책을 읽고 있었다는 듯이 정신이 번쩍 들고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잠에서 깨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책 『누비처네』를 읽는내내 마음이 요동친다. 오랜만에 진정으로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목성균의 수필 모음집이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이다. 세대 차이를 느끼게 되는 글도 많았고 낯선 느낌도 든다. 사실 '누비처네'라는 단어도 생소했는데, 표지 그림처럼 누벼서 만든 처네가 '누비처네'다. 처네는 어린아이를 업을 때 두르는 누비로 된 이불이라는 것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된다. 일종의 포대기인 것이다. 어렸을 때에는 포대기로 아이를 키우는 것을 보며 컸지만, 요즘에는 다른 모습으로 변천했다. 세대가 지나갈수록 그 모습을 보기 점점 힘들어지니 세대간의 단절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옛시대와 지금을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낯선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그의 글은 충분히 이해가 갈만큼 친절하다.
목성균 수필의 장점은 눈앞에 펼쳐져있는 듯이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맛깔나게 글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글을 읽으며 파르르 전율이 느껴지기도 하고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감정이 메마른 나에게조차 감정에 북받치게 하는 능력이 있으니 대단한 능력자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작가라는 점이다. 그의 글을 너무도 늦게 알아버린 듯한 느낌이다. 57세라는 늦은 나이에 등단했음에도 돌아가실 때까지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묶어낼 걸작들이 있는 것을 보면 진정한 수필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수필의 모음집이기 때문에 곁에 두고 천천히 읽어나가기를 권한다. 전체적으로는 두껍지만 수필의 특성상 짧은 이야기 하나씩으로 마무리 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 어떤 작품을 읽어도 상관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겠다고, 그것도 빨리 읽어버리겠다고 생각하면 이 책이 전해주는 감수성을 놓쳐버리게 될 것이다. 한 꼭지 읽고 잠시 접어두고, 한 꼭지 읽고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고, 여유를 가지고 읽어야 한다. 소리내어 읽으면 더욱 좋다. 낯선 단어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 살짝 당황하게 되지만, 이내 우리 말의 풍요로운 세계를 맛보는 데에 더없이 만족하게 될 것이다. 머릿속에는 그림을 그리며 글을 읽어나가게 된다. 같은 땅에 살았지만 다른 삶을 살았던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랜만에 곁에 두고, 두고두고 음미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잘근잘근 소화하고 싶은 글이고, 마음에 들어와서 영향을 주는 글이다. 수필은 이래야된다고 생각한다. 감동을 주고 전해지는 메시지가 있으면서 마음을 후벼파기도 하고 훈훈하게 적셔주는 그런 것 말이다. 수필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수필을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