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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 이어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를 읽으며 '손미나'라는 작가를 지켜보게 되었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읽어나갔고, 열정으로 두근거리던 기억을 떠올린다. 또한 그녀의 열정이 사회적 잣대에 맞춰지며 사그라들기도 하고 다시 불타오르며 제자리를 찾아가기도 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번에는 페루 여행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손미나. KBS 간판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2004년 휴직 후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여행 작가, 번역가, 소설가까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편집인으로, SOHNMINA&CO.의 대표로,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의 교장 선생님으로 인생 제3막을 살고 있다.
영국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공항에서 일주일을』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적었다. '이상적인 여행사가 존재한다면 우리에게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묻기보다는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냐고 물어볼 텐데.' 즉, 여행이란 유행하는 스카프를 구입하듯 혹은 당장 입에서 당기는 아이스크림을 골라 먹듯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 마음속 어딘가. 심연으로부터 들려오는 북소리에 귀 기울여 진지하게 답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온다. 내게는 지난 3년이 그랬다. '떠나라, 떠나서 비우고 던지고 다시 채우고 돌아오라'는 소리가 가슴을 울려댔다. 알랭 드 보통이 얘기하는 이상적인 여행사라면 그 당시 나를 위한 여행지로 분명 '페루'를 권하지 않았을까. (프롤로그 7~8쪽)
이 글을 보니 '이상적인 여행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너무 힘들어요'라든가 '심심한 일상에 자극이 필요해요'라는 등의 마음 상태에 따라 가야할 여행지는 천차만별일테니 말이다. 어쨌든 저자는 떠나고 비우고 채우고 돌아올 여행지를 선택했다. 그곳이 바로 페루였다.
이 책을 읽으며 여행을 대하는 그녀의 마음이 성장했음을 느꼈다. 상황도 예전 같지 않았다. 지극한 고통에서 허덕일 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여행은 그저 관광지나 훑고 지나치는 여행과는 급이 다를 것이다. 갑작스레 아버지와 영원히 이별하는 고통을 맞이했고,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때에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여행을 선택한 것이다.
어떤 여행지를 선택해서 떠나느냐에 따라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폭이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녀에게는 페루가 최적의 여행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페루 여행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어 더욱 감사한 시간이었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한없이 낮아지던 경험. 때로는 그저 겸허하게 받아들이거나 포기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는 깨달음. 인간 능력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교만함을 버릴수록 영혼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소중한 진리. 이것이 바로 페루 여행에서 얻은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 (115쪽)
아마존, 마추픽추, 티타카카, 나스카, 쿠스코……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바라보게 된다.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저자는 어디든 여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고, 그곳이 페루였기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로서는 낯선 여행지에 대해 새로 알게 되는 정보들이 많기에 정보와 감상이 어우러진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여행을 하듯 낯선 느낌에서 시작해서 어느덧 그녀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마추픽추에 오르기도 하며 알파카에 관한 진실에 대해 함께 고뇌하기도 한다. 낯설고 신기하고 신비로운 여행지와 한 걸음 가까워졌다.
여행기의 장점은 별 생각 없던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마음을 바꾸는 데에 있나보다. 산소통 룸서비스도 하고 휴대용 산소통을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고산병때문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데 괜찮을까? 리마에서 쿠스코로 이동할 때 기압차이로 인해 튜브형 화장품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는데…. 갖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꺼져가는 내 마음에 불을 지피는 글이다. 열정이 꿈틀대며 어디로든 떠나고 싶게 만든다. 과연 '이상적인 여행사'에서는 나에게 어떤 여행지를 권할까? 페루를 추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