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박연미 지음, 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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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것은 내가 살기 위해서 해야만 했던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보자마자 '읽어보고 싶다'는 것이 아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이력은 한두 줄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력만으로도 한 사람의 고단한 인생에 조마조마해진다. 물론 지금은 북한 인권 운동을 하며 한국에서 대학교도 다니고,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언니도 찾는 등 상황이 나아져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박연미. 인권운동가,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이다. 1993년 북한 혜산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 탈북에 성공, 현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계 각국을 돌며 북한 인권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스물두 살이 되던 2014년 2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참혹한 실상과 인권유린 사태를 전세계에 고발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책에 담겨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동시 출간됐으며, <그들이 보고 있는 동안>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맨 앞에는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 연설문이 담겨 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나요?"

여기에는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오늘은 세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여러분이 자신을 돌보듯이 북한에서의 인권유린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둘째, 자유를 향해 탈출을 시도하는 탈북자들을 돕고 지원해주세요.

셋째, 중국 당국이 탈북자 송환을 멈추도록 청원을 넣어주세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춰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모두의 인권을 위한 일입니다. (8쪽)

 

소설보다 더 소설같고, 지금도 이런 현실이 있을까 막막해진다. 북한에서의 삶과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아슬아슬한 느낌에 손에 땀을 쥐며 읽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도 있구나, 이런 삶도 있을 수 있구나.

내가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북한에서 태어난 것과, 북한을 탈출한 것이다. 둘 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기에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과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12쪽)

 

이 책을 손에 쥐고 집중해서 읽게 되는 힘은 진정성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지독했던 현실, 그리고 탈출과 새로운 적응으로 이어지며 일어났던 일들을 놓치지 않고 읽게 된다. 또한 섬세한 감성이 펼쳐지기에 생생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 나는 사람들이 재미로 쇼핑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 프린터, 스캐너, 샐러드, 햄버거, 피자, 클리닉 등 그밖에도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수없이 많다. 이럴 것들은 단순히 새로운 어휘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한 암호와도 같았다. (261쪽)' 라든가 '예전까지만 해도 자유란 체포될 걱정을 하지 않고 청바지를 입고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유란 항상 생각을 해야하는 것이었다. 너무 지치고 힘겨운 일이었다. 끝없는 굶주림만 아니라면 모든 생각과 선택이 저절로 결정되는 북한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265쪽)'를 보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힘든 북한을 탈출했지만 한국에서 적응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그녀 만의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는 책을 집필하는 것으로 힘든 시절을 잘 털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프고 힘든 기억은 빨리 잊는 편이 좋겠지만, 치유의 한 과정으로 펜을 집어들고 글을 적어내려갔으리라 짐작된다. 한 단계 더 성숙된 모습으로 인생길을 걸어가리라 생각하며 그녀를 응원한다. 살기 위해, 살고 싶어서 글을 썼을 것이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리라.

우리는 살기 위해 이야기를 한다. _존 디디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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