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온톨로지 - 사랑에 관한 차가운 탐구
조중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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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러브 온톨로지, 부제는 사랑에 관한 차가운 탐구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을 이렇게나 낯설고 생소한 느낌으로 바라본 적이 언제였던가, 있긴 있었나 생각해본다. 사랑이라고 알고 있던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인간의 삶에 늘 함께 있어왔지만 어떤 것이 사랑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책의 띠지를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섹스, 애정, 헌신, 이것이 과연 사랑인가?

우리가 믿어온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려면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사랑에 대한 개념부터 뒤집어 엎고 시작해야한다.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사랑'이라는 것을 살펴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조중걸. 서양예술사와 수리철학을 공부하였고, 이와 관련한 집필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열정적 고전 읽기』시리즈,『근대예술: 형이상학적 해명 1,2』,『현대예술: 형이상학적 해명』,『키치, 달콤한 독약』,『죽음과 새로운 길』,『플라톤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아포리즘 철학』등이 있다.

 

이 책을 펼치면 칼 마르크스의 말이 보인다.

그들 조건에 대한 환각을 포기하도록 요청하는 것은

환각을 요청하는 그들의 조건을 포기하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_칼 마르크스

이 말에서 느끼게 되는 난해함을 책을 읽는 내내 계속된다. 

 

들어가는 말에 보면 '만약 우리가 '사랑'을 말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사랑은 사랑이 아님이 분명하다. 사랑은 말해질 수 없다.'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없다. '사랑이 무엇이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닌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언어의 혼란, 언어의 기만으로 뒤범벅된다. 바닥까지 끌고 내려가 내 안의 언어를 죄다 밖으로 내보내고 난 후에야 글이 눈에 들어오고 의미가 전달된다.

 

사랑은 달콤해야 한다는 환상을 이 책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 또한 이야기하듯, 어쩌면 어떤 독자에게는 불유쾌한 독서 체험일 수도 있다고 한다. 나도 그 독자부류에 해당된다. 분명 읽기에 쉽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한 번에 읽을 분량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사랑을 바라보는 여러 도구를 얻게 될 것이다. 단숨이 술술 읽게 되는 책은 분명 아니다.

 

이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랑으로 불리는 것들이 사실은 사랑이 아님을 먼저 밝히고, 다음으로 진정한 사랑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사랑과 관련한 두 가지 사실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해온 것들이 사실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 하나요, 어떤 행위나 심적 태도에 의해 사랑의 존재를 추정할 때 그것도 의심스럽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하지만 사랑에 대해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사랑의 무의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태곳적부터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우리 내면에는 그것에 대한 요구가 있다. 사랑은 우리에게 요청되고 있다. (200쪽)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랑에 관하여'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속도는 아주 천천히! 느릿느릿 읽으며 그 의미에 대해 곱씹어보아야 가치가 있는 책이다. 결론은 없는, 결론을 낼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차갑게 탐구해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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