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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잘 먹는 것 - 삼시 세끼 속에 숨겨진 맛을 이야기하다
히라마츠 요코 지음, 이은정 옮김 / 글담출판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산다는 건 잘 먹는 것』이라는 제목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미식가도 아니고 음식에 신경쓰며 요리를 하지는 않는다. 어쩌다가 한 번 정도만 잘 먹을 뿐, 분명 저자가 말하는 '잘' 먹는 것을 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궁금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것이 잘 먹는 것인가 한 번 보자는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저자의 뜻을 나는 오해하고 있었다. 요리에 온갖 신경을 쓰고 눈을 현란하게 하며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맛을 담은 그런 최고의 음식을 먹는 것만이 잘 먹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도 충분히 잘 먹으며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책의 지은이는 히라마츠 요코. 에세이스트이자 푸드 저널리스트이다. 그녀만의 건강한 식문화와 도시형 슬로 라이프를 글과 사진으로 독자들과 나누고 있다. 이 책 『산다는 건 잘 먹는 것』으로 제16회 분카무라 드 마고 문학상을 수상했다.
책의 앞부분에 보면 추천의 글이 있다. 목차를 보며 '또 하나의 미각, 손가락'이라든지 '바람이 가져다준 응축된 맛, 식재료를 말리다' 등의 소제목을 보며 한껏 놀랐던 마음을 추스르고 보면 추천사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감각기관과 너무 평범해 무심했던 식재료에 놀라운 감수성을 들이댄다. _박미향(한겨레신문 맛 전문 기자)
히라마츠 요코의 이 수필집은 음식에 대한 대단히 훌륭한 허상을 좇느라 피곤해진 우리를 다시 오감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_박준우(프리랜서 기자)
우리는 충분히 일상에서 '잘' 먹고 살고 있다. 하루 세 끼 꼬박꼬박 먹으면서 평범한 일상을 무시하고 다른 것만 꿈꿔왔던 것인가보다. 충분히 잘 먹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사람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소홀하게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일상과 함께 하는 음식 및 조리기구 등을 차근차근 떠올리게 된다.
일상생활은 정말 별거 아니라서 손가락 사이를 삭삭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다. '잘 먹는다'는 것은 흘러가는 날들에 쐐기를 박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평범한 하루 속에서 아끼고 싶은 맛들을 찾기를 바란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맛, 질리지 않고 늘 먹고 싶어지는 맛,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맛은 일상생활 도처에 숨어 있다. (11쪽)
이 책을 읽을 때 잊고 있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얼마전 홍시를 먹을 때도 그랬고, 토마토에 대한 기억은 나도 있지 않은가.
'너무 익어버린 토마토를 꽉 움켜쥐고 덥석 한 입 베어 먹고 싶다. 얇고 부드러운 껍질을 손가락으로 지그시 쥐면 토마토 즙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읽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이 또 하나의 미각이라는 점을 공감하며 시작한다. 너무 익어버려 물이 줄줄 흐르는 토마토를 먹던 순간을 떠올린다. 점잖은 자리에서는 못 먹을 것이라며 웃던 시간도 손가락 감각으로 되살아난다.
반찬을 만들며 고춧가루나 간장을 사용할 때, 나에게도 이런 느낌이 있었다.
'할 때는 하는 거야! 겸손 같은 거? 필요 없어! 그냥 확 해버리는 거야! 이것이 고춧가루를 사용할 때의 내 좌우명이다. 매울 때는 끝내주게 맵게. 매운맛의 윤곽을 확실하게 만들어야 맛있다.'
'간장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간장의 맛을 살리는 방법 중 하나다. 이런 선문답과 같은 말을 떠올리며 자세를 바로 하고 간장 본래의 화려한 맛을 다시 한 번 재인식했다. 조르륵, 톡. 아주 조금밖에 안 되는 양이라도 간장의 양을 조절하는 건 의외로 어렵다.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소박한 일상을 만난다. 내 앞에 있는 세상을 좀더 의미 있게 바라보고 미소지을 수 있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접시가 각각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라니. 나는 왜 나의 그릇들의 세상을 못 보았던 것일까. 더 좋은, 더 화려한 그릇에만 시선을 돌리느라 정작 내 곁에 있는 것들에 소홀했던 시간들을 이 책을 읽으며 하나씩 깨워본다. 소소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소박한 맛으로 담아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