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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 - 이호준의 아침편지
이호준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평점 :
아침 시간, 모닝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책을 조용히 눈으로 읽는 것보다 소리내어 읽으면 그 느낌이 다르고 아침이 상쾌해지기 때문이다. 소리내어 읽을 때에 글맛이 더욱 깊어지는 책도 있다. 하지만 소리내어 읽을만한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길이가 너무 길어도 안 된다. 앞의 내용과 이어져서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 들거나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것도 곤란하다. 너무 어려워도 안 된다. 차 한 잔 마시면서 짧은 시간 동안 읽어나갈 휴식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주로 짧은 에세이이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을 읽게 된다. 이번 10월 말에서 11월 초까지 나의 아침을 함께한 책이 바로 이 책, 《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이다.
처음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세상살이에 지쳐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들려주는 에세이'라는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요즘 무리해서인지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위로를 받고 싶은 때였기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나보다. 이 책은 생각보다 나의 아침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아침편지'에 걸맞게 나에게만 들려주는 듯한 목소리가 느껴지는 글이었다. 글의 길이가 짧기에 한 번에 대여섯 꼭지 이상을 읽게 되고, 그만큼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그의 글을 읽다보니 일상속 사소한 것들도 다 글의 소재가 되어 인상깊게 각인된다. 그림 그리듯 풀어내는 글, 글에서 뿜어져나오는 감성, 예사 솜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가 그제야 궁금해져 책날개를 펼쳐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호준. 이 땅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의 뒷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10년 넘게 전국을 떠돌았다. 그가 집필한《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2》은 문화관광부 추천 교양도서, 올해의 청소년도서,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되었고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글과 사진이 실렸다. 시인이자 여행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시인이라는 소개에 눈길이 간다. 시를 쓰는 감성을 에세이에 잘 담아내어 그림을 그려 눈앞에 펼쳐놓은 듯 글을 썼고, 문장 속에서 시적 감성이 느껴진 것이었나보다. 이럴 때에는 그들의 감수성이 부럽다. 같은 곳에 내가 갔더라도, 나는 못 보았을 것들을 그들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웃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며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냥 스쳐지나가버리는 수많은 일들이 글 속에 잡혀 살아난 것 같다. 그의 글에는 사람살이의 희노애락이 담겨있다. '기차 안에서 만난 부녀', '어머니의 거짓말'을 보며 사람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을 배워본다. '명함이 구겨진 까닭은','무뚝뚝한 사내가 준 홍시' 등의 글을 보며 인터뷰어로 나선 그의 속사정을 보게 된다. '매미도 염불한다', '개도 그렇게는 안 한다' 등의 글에서 그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볼 수 있다. 군대 간 아들, 세월호 사건 등 사회 전반적인 사건사고와 그에 대한 생각을 엿본다.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느낄 만한 기본적인 생각을 이 글을 통해서 바라보게 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책이다. 아침편지를 매일 배송받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느 날은 좀더 많이 읽고 어느 날은 한 편만 읽었지만 금세 마지막까지 읽어버리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며 내 안에 이미 있지만 잊고 있던 일들과 언어를 일깨워본다. 허투루 보낼 수도 있는 아침 시간이 꽉 찬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리셋해본다. 그나저나 내일부터는 어떤 책과 아침을 함께 해야할지 살짝 고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