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의 배후 - 우리 행동을 조종하는 좀비 뇌
데이비드 루이스 지음, 전대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살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보다 감정에 휘둘리거나 충동적으로 무언가를 한 적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길가다가 생크림 얹은 달달한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며 휴식을 취했고,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는데도 색상이 맘에 들어 겨울옷을 장만했다. 우리가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쉽게 찾을 수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충동 속에 휩싸인다. 인간의 충동적 행동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이 책『충동의 배후』를 보며 인간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는 데이비드 루이스. 독립적 리서치와 컨설팅 기관 마인드랩 인터내셔널의 설립자이자 책임 연구원이다. 두뇌 활동을 분석한 선구적인 연구 성과로 '신경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는 현재 현실세계에서 인간의 반응을 비외과적으로 측정하는 기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또한 충동성 연구회의 창립 회원으로서 충동적 행동의 심리학, 신경학 및 유전학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먼저 '들어가는 글'에는 저자의 충동 고백에서 시작된다. 저자에게는 세 번의 충동이 있었다고 한다. 두 번의 충동은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고, 세 번째 충동은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저자는 '충동성'의 심리학에 오랜 직업적 관심을 가졌는데, 우리 행동의 다양한 측면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반드시 충동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신의 경험담으로 시작한 글은 충동에 대한 다방면의 연구와 실질적인 사례로 읽을 거리가 풍성하게 전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며 이성적이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자주 깨주었다. 충동적인 부분에 대해 다방면으로 짚어주고, 실험 결과나 예시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기에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서 상황을 연상하며 읽다가 웃음을 터뜨린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엘리베이터 안의 상황이었다. 붐비는 엘리베이터나 출근 시간의 지하철을 탔을 때, 한정된 공간에서 전혀 낯선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함께할 때 사람들은 낯선 원숭이들을 한 우리에 넣었을 때와 똑같이 반응한다. 우리는 시선을 돌림으로써 상대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고, 바닥을 응시하거나 손목시계를 자꾸 들여다보고, 엘리베이터 안이라면 불필요하게 조작 버튼을 누르는 등의 '딴짓'을 하기도 한다. 원숭이들도 마찬가지다. 녀석들은 한동안 서로를 애써 외면하다가 서열에서 각자의 위치를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동료들의 털을 손질하기 시작할 것이다. 원숭이나 사람 모두에게 통용되는 규칙이 있고 이것이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했다는 점에서는 단순히 우스갯거리 이야기가 아니라 학술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생존을 아주 신속하면서 당면한 상황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에 충분할 만큼 정확한 추론과 의사결정에 의존할 때가 많다. 이런 추론 및 의사결정은 대개 좀비 뇌의 Ι 시스템 사고에 의존한다. 이 사고 덕분에 우리는 어떤 새로운 상황이라도 아주 신속하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성장기 뇌가 왜 충동적인지, ADHD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 책의 4장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10대의 뇌는 다양한 정신질환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모든 정신질환의 약 4분의 3은 15세에서 25세 사이에 발병한다고 한다.  또한 우리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소비자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은데, 별로 필요없는 것을 꼭 필요하고 갖고 싶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 마케팅의 힘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시각의 힘을 비롯하여 냄새와 충동구매, 소리의 충동적 힘, 온기의 충동적 힘 등 우리의 충동적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감각에 대해 일러준다. 사소한 것이라도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우리의 모든 감각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감각은 뇌 전체를 우회하는 반사 반응을 유발한다. (120쪽)

 

7장에 보면 위험 감수 성향을 파악해볼 수 있는 질문지가 있다. 둘째 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의 길이를 측정하여 나누는 방법으로 충동성 수준을 높음부터 매우 낮음까지 파악해볼 수 있으니,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다가 굳어진 근육과 뇌를 살짝 풀어주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일단 자를 꺼내들어 길이를 재보고 적당하다는 결과를 보며 안도한다. 이밖에도 위험 대응 방식, 당신은 얼마나 충동적일까? 등의 다양한 테스트가 이어지니 쉬어가는 마음으로 응하면 된다. 좀더 길고 복잡한 검사를 원한다면 이 책에서 알려주는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좋을 것이다.

 

사랑충동, 과식충동, 구매충동, 모방충동 등 우리가 늘 경험하는 충동은 생각보다 많이 산재해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충동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누구에게나 어느 선에서는 충동이 자리하고 있고, 생각보다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롭게 읽으면서 연구 결과에도 충실하게 충동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의식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기에 그 또한 인간의 한 구성 요소임을 깨닫게 된다.

 

욕구와 충동은 믿음과 자제와

마찬가지로 완벽한 인간의 한 부분이다.

강한 충동은 적절한 균형을 벗어날 때만 위험하다

_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On Libe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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