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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ㅣ 창비시선 379
손택수 지음 / 창비 / 2014년 9월
평점 :
우리 시대 시인 20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시를 담은 책 『시인으로 산다는 것』을 읽다가 손택수 시인을 알게 되었다. 시를 읽다가 작가가 궁금해지는 경우는 있어도 시인의 이야기를 보다가 작품이 읽고 싶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뒤늦게 알게 된 손택수 시인의 『호랑이 발자국』을 읽고나서 내가 찾던 시를 발견해낸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그 책을 읽을 무렵에 그의 새로운 시집이 나왔다는 것을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어쨌든 가을을 맞이하여 서점을 기웃거리다가 반가운 마음에 그의 시를 읽게 되었다. 이번에는 그의 최근 시집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를 읽으며 또다시 마음에 시를 담아본다.
책의 뒷면에 보면 함민복 시인의 글이 있다. 독자로서 그의 시가 마음에 들었던 것도 그의 시가 명징해서였을 것이다. 무작위로 읽어본 요즘 시집들 중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답답할 때가 있었는데, '무슨 문제풀이 콤플렉스에라도 걸린 듯 난해함을 섬기는 작금의 유행 시'라는 표현을 보니 이해가 간다. 이런 세태가 일반인에게 시를 멀리 하게 하지만, 그래도 내 언어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내가 보는 세상을 좀더 깊고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시를 볼 때 계속해서 시를 갈망하게 된다. 손택수 시인의 시는 읽는 데에 부담이 없어서 좋다. 그러면서도 세상을 담고 추억을 어루만진다.
'손택수 시인의 시는 일단 명징해서 좋다. 무슨 문제풀이 콤플렉스에라도 걸린 듯 난해함을 섬기는 작금의 유행 시들과 사뭇 다르다. 그는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탁월한 중매쟁이다. 그는 늘 무엇과 무엇 사이에 관절 튼튼한 접속사로 존재한다. 그를 만나면 세계는 벽을 벗고 경계 이전의 알몸을 허한다. 서로 영통하는 길들을 내어놓는다. - 함민복 시인'
손택수 시인의 시는 종합선물상자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웃음이 푹 하고 터지기도 하고 아득한 옛날을 회상하게 되기도 한다. 다양한 감정의 포인트를 짚어준다. 강약조절을 해가며 독자를 끌고나가는 느낌이다.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한 권의 시집 속에 인생사의 각양각색의 색깔로 칠해진 총천역색 꿈을 들여다보게 된다. 시를 읽으며 손택수 시인에 대해 짐작해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어서 그의 시가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그의 시는 제목에서 주는 독특함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다. '녹슨 도끼의 시','구두 속의 물고기','가자지구 당나귀의 얼룩에 관하여','지렁이 성자' 등 제목만 보아도 궁금한 생각이 든다. 또한 그 내용도 스토리가 있어서 흥미롭다. '김수영 식으로 방을 바꾸는 아내'를 읽다보면 그의 생활이 어느 정도 그려진다. '야구공 실밥은 왜 백팔개인가'라든가 '주먹밥' 같은 경우는 일상적인 소재에 담겨있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읽은 『호랑이 발자국』과 이번 시집『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를 읽으며 그의 시 패턴이 마음에 들기에 다음 시도 궁금해진다. 일상적이면서 우리 삶에서 끌어내는 소재에 시인의 감성이 덧붙여져 색다른 맛을 낸다. 부담은 갖지 말고 지금처럼만 삶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시가 낯설게 느껴지거나 요즘 유행하는 시에 편승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에게 이 책은 '이런 시, 정말 좋다'라는 느낌을 갖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