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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유영소 지음, 김혜란 그림 / 샘터사 / 2015년 10월
평점 :
'꼬부랑 할머니' 하면 어린 시절 흔히 들었던 노래가 떠오른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걸어가고 있네. 어려서부터 들어온 꼬부랑 할머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다양한 작품을 창작할 수 있을 것이다. 표지에 보면 꼬부랑 할머니가 짐보따리를 들고 꼬부랑 꼬부랑 어디론가 향해 가는 것 같은데 짐을 꽉 움켜진 손이 무슨 사연이 있는 듯 수상하다.
이 책은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며, 초등학교 3~4학년을 위한 창작동화다. 제4회 정채봉 문학상 심사위원 이상배의 추천사를 보면 이 작품은 심사 당시에 심사위원 모두가 망설임 없이 박수를 치며 뽑은 수작이라고 한다. 어떤 작품이길래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는 유영소. 1998년 MBC 창작동화대상 단편 <용서해 주는 의자>가 당선되면서 동화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웅숭 깊은 옛이야기 속에서 글 씨앗들을 열심히 찾아 쑥쑥 키워 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의 그림은 김혜란. 서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다.
이 책에는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나랑 같이 살 사람 여기 붙어라', '신통방통 인절미 대작전' 이렇게 세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옛이야기 속 꼬부랑 할머니와는 조금 다른 듯한 할머니, 어찌보면 가짜 꼬부랑할머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빈 오두막 집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꼬부랑 열두 고개를 꼬부랑꼬부랑 넘어
꼬부라진 빈 오두막으로 들어갑니다.
집주인인 진짜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고,
설상가상 오두막으로 손님들이 들이닥칩니다.
떡국 먹을 욕심에 가짜 꼬부랑 할머니는 진짜 행세를 시작하는데......
그런데 진짜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로 간 걸까요? (책뒷표지)
가짜 꼬부랑할머니는 꼬부랑꼬부랑 고개를 넘고 힘들게 가다가 빈 집을 보게 된다. 툇마루에 앉아 조금만 쉬려고 했는데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다음 날, 작은 농을 열어 털이 달린 조끼를 찾아 입고, 내친 김에 누빔 저고리랑 치마도 꺼내 갈아입고, 털버선도 냉큼 바꿔 신었다. 부엌으로 가서 불도 지피고, 샘물도 가득 길어다 붓고 모락모락 끓였다. "오늘부터 이 집은 내 거여. 주인이 와도 배 내밀고 안 비킬란다. 누가 집 비우고 어디 가랬나? 예는 인자 내 집이여. 방구들도 데우고, 뜨신 물부터 좀 마시자고."(14쪽) 그런데 꼬부랑 할머니를 찾는 손님이 하나 둘 찾아온다. 이걸 어쩌나. 그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맛깔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꼬부랑 할머니는 욕심쟁이 할망구인 듯 하면서도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세 편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등장인물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도 한달음에 읽게 될만큼 몰입도가 뛰어난 책이다. 책 속에 그림 또한 잘 어우러져서 꼬부랑 할머니를 재탄생시킨다. 얼마든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더 담아내 시리즈물로 펼쳐내도 좋을만큼 기대감이 생기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컸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매 번 반복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으면서도 색다른 것을 찾던 심정을 떠올려보면, 꼬부랑 할머니의 현대버전격인 이 책이 아이들의 흥미를 깨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