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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
한승원 지음 / 푸르메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가을이 되니 시를 찾아보게 된다. 마음이 조금은 낭만적으로 변하고 무엇을 보아도 감동이 커지니 이런 때에 시를 읽다보면 마음속에 담아둘 시 한 편 정도는 건져내게 된다. 그 시가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보는 족족 다 마음에 들면 얼마나 좋겠냐만 누구에게나 마음이 흔들리는 시는 없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은 목적은 시를 쓰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시 쓰기 비법을 담은 책을 보다보면 어떤 시가 잘 쓴 시인지 보는 눈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한승원.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50년 가까이 소설가와 시인으로 활동해왔다. 예전에 장편소설 『추사』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당연히 소설만 쓰는 분인 줄 알았는데, 시인으로도 활동했다는 사실을 늦게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 혼자만의'라는 것과 '비법'이라는 단어가 저울질을 하면서 적당한 무게감을 주어서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들어가는 말을 보면 '시가 이미 당신 속에 들어있는데 그것을 당신이 지금 모르고 있을 뿐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시를 쓸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시가 이미 내 안에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자각한다. 세상에는 "시인들의 경우에는 30년이 훨씬 넘게 엉터리 시를 쓰고 살아도 그 엉터리 시가 엉터리 시라는 것이 들통나지 않는데, 소설가의 경우에는 엉터리 소설을 거듭 쓰면 3년 안에 엉터리 소설임이 들통나고 만다"는 말이 흘러다닌다고 한다. 일단 '들어가는 말'에서 시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는 촌철살인의 문장들에 눈길이 갔다. 특히 50세 전후에 몸이 많이 아파 소설을 쓸 수 없었을 때 시인으로도 활동하게 되었다는 점과 집필한 시집의 권수도 여럿 되니 그가 말하는 '시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좋은 시를 쓰려면 첫째, 시인으로서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스님들이 도를 닦듯이 수양을 해야 한다. 그것은 시인답게 마음을 비우고 살기이고, 어린 아이처럼 우주의 여러 현상과 그 내면의 뜻을 발견하고 그것을 놀라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인의 마음이 갖추어진다면 이미 반 이상은 시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인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그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양새를 읊으면 곧 시가 되는 것이므로.
둘째, 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를 판별하여 읽고, 그것을 암송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것은 시인이 되려는 사람이 일차적으로 가져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다. 시를 아름답게 치장하는 수사법을 공부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8쪽)
좋은 시를 쓴다고 알려져 있는 유명 시인들의 대부분의 시들은 전통적인 선시의 영향을 받은 것을이 많다고 하는데, 사실 그동안 선시와 문학계에서의 시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진정으로 글쓰기에 몰입하려면 수양하는 듯이 마음을 비우고 사소한 미물에서도 우주를 보는 시각을 놓치지 않아야할텐데, 쓰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더라도 그런 마음을 담은 시를 찾는 것만으로도 시를 읽는 보람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뉜다. 1부는 시인의 마음 만들기라는 내용인데, 제1장 시인의 심성, 제2장 바다의 가르침, 제3장 시인의 삶은 곧 시가 된다로 구성되어 있다. 2부 선시란 무엇인가에서는 선禪에 대해 간단하게 짚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3부 시쓰기의 실제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시를 구분할 수 있도록 짚어준다. 4부 시 쓰기에서의 수사법은 기술의 문제인데 먼저 1부에서 3부까지의 내용을 섭렵하고 나서 비중을 둘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비법'이라는 말에 비중을 두고 바라보면 욕심을 부리게 된다. 혼란스럽지만 그냥 그가 이야기하는 비법에 귀기울이게 된다. '나 혼자만의'라는 수식어로 볼 때 시인 한승원만의 비법이니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선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조오현 스님의 선시를 읽어보겠다고 서평을 쓰기 전에 책까지 주문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시인 지망생의 경우에는 이 책 속에 담긴 비법 중 꾸준히 갈고 닦아 자신만의 비법으로 만들 만한 것도 있으니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를 쓰겠다고 결심한다면 평생 수행하는 마음으로 지속해나가야 하는 것이기에 꼭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