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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 350만원 들고 떠난 141일간의 고군분투 여행기
안시내 지음 / 처음북스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무더위가 끝나고 추석이 다가온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 계절이니 오죽 좋을까. 살기 좋은 계절이 오니 책도 잘 읽히고 여행에 대한 생각도 자꾸 꿈틀거린다. 여행기에 시선이 자꾸 가는 것을 보니 조만간 어디라도 다녀와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은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이다. 표지 사진을 보니 여행 중에 맛보는 행복한 휴식이라는 느낌이 든다. '350만원 들고 떠난 141일간의 고군분투 여행기'속으로 들어가보았다.
젊어서는 여행할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다고 하던가. 인생에서 돈과 시간이 적절히 안배되는 시기가 드문 것 같다. 악착같이 아끼며 여행을 다니는 것도 한 때, 체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며 경험을 쌓는 것도 젊은이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의 여행기가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당찬 여대생의 세계여행을 담은 이 책에서 그녀의 열정을 엿본다.
이 책의 저자는 안시내. '1년만큼은 내 가슴이 시키는 것을 하며 살자'고 마음먹고 준비해서 스물둘에 141일간의 배낭여행을 떠났다. 개인사와 여행 이야기가 적절히 버무려져서 눈길을 끌었다. 그녀가 한 여행에 대한 궁금증은 '자주 묻는 질문 Q&A' 에서 풀어준다. '혼자 떠나셨다고 했는데 사진은 누가 찍어주는 건가요?','141일에 350만 원이라 항공권만 해도 350만 원이 넘을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한가요?' 등에 대한 답변과 함께 항공이용 및 경비에 대한 것도 풀어내어 의문을 풀 수 있다. 극도의 절약으로 세계여행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꽤나 도움이 될 정보일 것이다. '나만의 가이드북 만들기'에 관한 세세한 정보도 물론 도움이 될 것이다.
인천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12만원, 말레이시아에서 인도 코치행 비행기 7만원. 저가항공 사이트에 들어가서 저렴한 비행기표를 확인하며 프로모션이 뜨자마자 바로 표를 샀다. 여행은 일단 떠나는 것이다. 떠나기 전까지는 물론 각종 사이트와 책자에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여행기를 식상할 때까지 보았을 것이고.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시작한 여행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시작할 때의 행복감도 온전히 전해지고 여행하면서 힘든 모습도 볼 수 있다. 어쨌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겠다. 여행지보다는 세상을 만나고 사람들을 겪어내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여행기였다.
이 책은 인도, 모로코, 유럽, 이집트를 여행하며 벌어졌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돌아온 후의 생각으로 마무리한다. 우다이푸르에서 만난 싸마디 이야기, 아프고 간호받았던 때가 여행 중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성추행 사건, 바라나시에서 만난 소년, 푸리가는 기차에서 보디가드 역할을 하던 소년 이야기 등 인도 여행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로 녹여냈다. 모로코에서 카우치 서핑을 처음 하며 벌어진 일, 한국 방송사 피디들을 만난 일화, 사하라 사막 기행 등 모로코의 여행도 기억한다. 항상 무뚝뚝하게 거스름돈만 주는 슈퍼 아저씨, 오백 원어치만 사도 며칠간 다 못 먹을 정도로 체리를 챙겨주시는 과일 가게 아저씨, 지나가기만 해도 하싼네 막내 동생을 반겨주는 모든 동네 사람들, 축구복을 입고 까불던 동네 꼬마들, 길거리 어디에나 볼 수 있는 고양이들...책을 읽으며 그곳의 기억을 공유한다. 그 두 곳에 대한 기억이 워낙 강렬했던 것인지 이 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스물둘 여대생의 솔직담백하고 당찬 여행기에 몰입하게 되는 책이다. 절약하며 다니느라 하지 못한 부분들은 아쉽겠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풍요롭게 누리며 다니는 것만은 아닐테니 분명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마 저자는 또다시 여행을 계획하게 될 것이다. 세계여행에서 아직 못 가본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테니, 시간이 흐를수록 여행바이러스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것이다. 열정적인 여행담과 귀여운 제목으로 시선을 끄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