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관광 방랑 - 우리, 왜 일 년이나 세계 여행을 가는 거지?
채승우.명유미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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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간 함께 유랑한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여행 동반자로 함께 여행길에 나서는 것도 부러운데, 일 년이라는 시간동안 세계 각국을 여행했다는 것까지 완전히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관광 방랑의 앞 글자만 따서 '여관방'이라고 읽을 수 있는 제목도 인상적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낯선 곳에서 잠을 자야하는 것이니 그렇기도 하고, 우리네 인생도 어찌 보면 여행이자 여관방에 머무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채승우, 명유미 부부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수속 카운터에 짐을 부치고 탑승권을 받은 후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 모를 질문 "우리, 왜 일 년이나 여행을 가는 거지?" 몇 년을 계획하고 가는 여행이나 즉흥적인 여행이나 여행은 여행이고, 어떤 여행이든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던져준다. 이들은 우물쭈물 여행을 시작했지만 이렇게 책이 나왔다는 것은 이미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여행을 정리하는 것은 이들에게도 의미가 되고, 읽는 사람들에게도 어떤 부부의 여행 이야기를 보며 나름의 여행을 꿈꾸기도 하고 간접경험을 톡톡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쩌면 짐을 꾸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수도 있고, 비슷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어떤 부부에게는 먼저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심정을 들여다볼 기회가 될 것이다.

 

이들은 중앙아메리카의 멕시코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남미를 여행하고 북미로 갔고, 아이슬란드를 거쳐 유럽으로 넘어가 여러 개의 국경을 넘었다. 터키와 이란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고 동남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니 딱 일 년이 지나 있었다고 한다. 일 년동안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만 가득했으리라 믿지 않는다. 물론 나의 예상은 맞았다. 이들은 여행하다가 서로 삐그덕거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서로에게 맞춰가는 듯했다. 첫 번째 별거여행을 하며 '아, 내 여행의 명상을 방해하는 것은 마누라가 아니라 요통이었구나'하고 깨닫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큭큭 웃는다.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가 먼저 마음을 휘젓는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적당히 어우러져서 내 마음도 그곳으로 향하는 듯하다. 또한 이들의 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들여다본다. 이들은 고행에 가까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일 년을 뚝 떼어내어 낯선 공간에서의 경험으로 채워넣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끼기만 하는 여행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여행과 짐, 돈, 여행에 대한 생각 등 이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본다.

여행을 준비할 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은 절대로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짐을 싸는 문제에서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만약을 대비하자'라는 생각이 가방을 무겁게 하는 데는 한도가 없기 때문이다. (42쪽)

나는 여행은 낯선 세상을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낯설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각적으로 다름을 말한다. 여행 사진에는 내 여행이 담긴다. 내가 찍은 사진 중에 어디선가 본 듯한 것이 많을수록, 내 여행은 실패 쪽에 가깝다. 사진이 낯설다면 비로소 우리의 여행은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53쪽)

"돈이 있으면 어디서나 똑같이 살게 되지. 돈이 없으면 그 땅에 맞춰 살게 되니까..." 좀 우습지만, 언젠가 일본 만화에서 본 한 구절에 감동을 받아 적어놓았었다. 여행을 하면서 자주 생각했다. 특히 아내랑 돈 문제로 다툴 때. 우리 부부는 자칫 방심하면 어떤 나라를 가도 비슷비슷한 여행을 하게 될 수 있음과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합의를 하고 있었다. (204쪽)

 

여행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기에 여행관련 글이 다 끝난 시점에서 시작되는 일상을 이야기하는 에필로그가 기억에 남는다. 여행 전에는 처분을 하려고 했던 자개장롱이 처리되지 않아서 일단 창고에 쌓아놓고 여행을 다녀왔는데, 아내가 자개장롱을 방에 놓자고 했다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어느 나라가 멋있어 보인다는 것은 그 나라가 자신의 것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임을 알았다. 우리가 봐야 한다며 찾아다닌 것은 그 나라만의 것, 그 나라의 오래된 것에 다름 아니었다. 멋지기 때문에 오래 간직한 것이 아니라, 오래 간직했기 때문에 멋있는 것이었다. (353쪽)

여행을 하며 무언가 대단하고 새로운 것을 깨달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는 점, 여행하는 동안 그렇게 지겹게 싸우더니 돌아와서는 싸우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는 점 등 일상으로 돌아온 후의 이야기도 여행의 연장선상에서 그림처럼 그려진다. 무조건 여행을 미화시키지도 않고, 너무 힘든 이야기만 투덜거리는 것도 아니라, 적당한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내어서 현실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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