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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가끔 고양이 - 이용한 시인의 센티멘털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당연히 읽었다고만 생각되는 책이 있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나쁜 고양이는 없다』『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 하라』의 작가 이용한의 고양이 관련 서적은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는데, 익숙하기에 예전에 읽었다고만 생각했다. 읽었던 책이어도 상관없으니 오랜만에 고양이 사진이라도 보면서 위안을 받아야겠다며 펼쳐들었는데, 아뿔싸, 처음 읽는 책이다.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횡재하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한 번 맺은 고양이와의 인연을 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고양이 여행을 떠났고, 2년 반 넘게 고양이 여행자로 살았다. 여행으로 밥벌이한 지도 어언 17년. 그중 6년은 고양이 작가의 길을 걸었다...본격 고양이 여행서인 이번 책에는 제주 가파도에서 울릉도까지, 전남 구례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2년 반 동안 여행을 통해 만난 전국 60여 곳의 고양이를 담았다. (시작하며 中)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은 인기척이 느껴지면 후다닥 줄행랑치기때문에 사진은 커녕 밥먹는 것조차 쉽게 볼 수 없다. 고양이의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테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나와 놀아달라고 야옹거리고 곁으로 좀더 가까이 다가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던 중 책에 나온 김녕미로공원의 고양이 이야기에 혹해서 그곳으로 향하기도 했다. 책에 나온 것처럼 친인간적인 고양이가 가득한 곳이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고양이들이 조용히 다가와서 나를 구경하기도 하고, 머리를 들이밀며 놀아달라고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고양이들의 천국이고 나에게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준다.
이 책의 장점은 전국 각지의 고양이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곳에 가면 고양이에게 우호적인 사람들과 사람에게 우호적인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어떤 여행 책자보다 실용적일 것이다. 나또한 미로공원이라는 장소보다는 고양이 덕분에 그곳에 대한 기억이 정반대로 남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 책이 몽글몽글한 고양이의 감촉을 느끼게 하면서 저절로 미소짓게 만든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이 책에 담긴 고양이들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니 귀엽다고 생각하다가 마음 아프다가를 반복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사실 책을 통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고양이가 살고 있다는 것.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는 것.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슬프고 아프고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는 것. 우리가 가진 것을 조금만 나눠주자는 것. 너도 살고 나도 살고 같이 살자는 것. 내가 바라는 것 또한 간단하다. 한국에서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시작하며 中)
각양각색 묘생을 지켜보고 있자니 묘한 느낌이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고양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역무원 고양이, 절 고양이, 족발집 고양이, 캠퍼스 고양이 등 자신의 영역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들을 만나게 된다. 당연한 일상 속에서 흔하게 스쳐가는 고양이일 수도 있지만, 책을 통해 정리해보니 고양이들이 달리보인다. 이들의 삶은 이야기가 되고 의미가 된다.
길고양이의 경계를 없애고 사진에 담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책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볼 수 있다. 좀더 부지런하게 전국 각지를 다니고 고양이들과의 눈인사는 기본, 먹이도 제공해야 사진 한 장 건질만 한 것이 나올까 말까 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보통 노력으로는 탄생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소리를 이 책을 통해 들어본다. 절묘한 글과 함께 고양이 사진을 보는 시간, 바닥난 에너지를 충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