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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휴휴명당 - 도시인이 꼭 가봐야 할 기운 솟는 명당 22곳
조용헌 지음 / 불광출판사 / 2015년 7월
평점 :
얼마전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1,2권을 읽은 후 결심했다. 앞으로 조용헌 작가의 책이 나오면 또 읽어야겠다고 말이다. 조용헌의 입담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의 다른 책들에서 받은 느낌이 '역시나!'를 외치게 했고,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맛깔스러운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능력을 이 책에서도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사주명리학 연구가, 칼럼니스트이다.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감지하는 혜안을 지닌 이 시대의 이야기꾼이라 한다. 수많은 기인, 달사, 학자들과 교류하고, 700여 개의 사찰과 고택을 답사했으니 그의 책에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여 읽는 맛이 난다.
해를 보고 달을 보고 바다를 보라
그래야 산다
서문 제목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동안 '여행'에 대해 그저 궁금한 곳을 직접 가보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생각을 살짝 바꿔보도록 유도한다. '여행의 최고 경지는 영지를 가보는 것이다. 왜 영지를 가봐야 하는가? 내가 왜 이 세상에 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 세상에 왔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영지의 지기地氣를 맛보아야 한다.(9쪽)' 이 문장을 읽고 나서 여행에 대해 달리 생각해본다. 지금껏 여행을 하고 와서 기운이 빠지는 경우도 있고 보충되는 일도 있었다. 괜히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안해지며 내가 우주의 중심인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은 그러한 지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에서는 모두 22곳의 명당을 소개하고 있다. 남해 금산 보리암, 완주 대둔산 석천암, 구례 지리산 사성암, 과천 관악산 연주암, 고창 선운사 도솔암, 대구 비슬산 대견사, 괴산 환벽정, 장성 백양사 약사암, 인제 설악산 봉정암, 서산 도비산 부석사, 해남 달마산 도솔암, 양산 영축산 통도사, 계룡 국사봉 향적산방, 하동 쌍계사 불일암, 완주 모악산 대원사, 파주 심학산, 공주 태화산 마곡사, 여수 금오산 향일암, 공주 계룡산 갑사, 김제 비산비야의 학성강당, 강진 만덕사 백련사, 장성 축령산 휴휴산방이 바로 저자가 이야기하는 명당이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영지는 공통적으로 밝고 강한 기운을 내뿜는 곳으로 명당이다. 이런 곳에 몇 시간, 또는 며칠씩 머물면 몸이 건강해지고 영성이 개발된다. 그러니 이왕이면 여행을 갈 때에 명당탐방을 하는 것이 바닥난 에너지를 보충하고 살아갈 힘을 얻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명당의 사연과 역사를 짚어보게 되었다. 그곳에 얽힌 이야기가 있고, 사진이나 그림으로 구체적으로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한 때에만 해도 22곳의 명당 중 마음에 드는 한 곳 정도 찜해놓고 언제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시선을 끌지 않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읽는 곳마다 마음을 움직이고 그곳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되며, 직접 그곳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된다. 마음에 드는 모든 곳 중 더 마음을 끄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힘들 때에는 힘든 상황에 눌려버리지 말고 어디로 탈출할지 평상시에 생각해놓아야겠다는 것을 완주 대둔산 석천암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확실히 해둔다. 중국 장자방은 기암절벽 기둥 수천 개가 탑처럼 솟아 있는 장가계로 숨었고, 고려 중기 이자현은 춘천의 오봉산 자락에 있는 문수원으로 숨어들어갔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둔산은 인생의 막바지에 몰린 사람들이 숨어 들었던 산인데, 옛사람들은 숨어서 공부하다 때가 되어 세상에 나왔다. '세상에 나올 싹을 기르고 보양하는 곳이 바로 대둔산이다.' 충북 괴산에 있는 '환벽정'은 달을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춘 명소인데, 글을 읽다보면 그곳에서 달을 보면 물아일체의 경지를 맛볼 수 있을 듯하다. 가장 서정적이면서 인간 내면을 비추는 달은 호수에 비친 달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특히 명당에 가면 옛사람과 동일한 풍경을 보며 교감할 수 있을 것이다. 멋지다. "500년 전 조상들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전망을 보면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풍수이다.(116쪽)"
이 책을 읽다보니 이미 다녀온 곳이지만 그곳에 얽힌 이야기와 영험한 기운을 잘 모르고 돌아온 곳도 있다. 그저 기분이 좋고 일상 생활을 할 힘을 얻은 정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뜻을 알고 가면 그곳의 기운을 내 몸 가득 담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직접 가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책을 읽으며 명당에 대해 새로이 알아가는 시간도 유익하다. 술술 풀어내는 입담으로 풍부하게 담아낸 명당 이야기가 나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명당의 풍수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삶에 지쳐 에너지가 바닥난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새롭게 시작해볼 계기를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