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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권하는 사회 - 현대인의 만병통치약 카페인의 불편한 진실
머리 카펜터 지음, 김정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사실 커피 한 잔 타놓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을까 말까 살짝 고민하면서. 커피는 나의 일상과 함께 한다. 모닝커피는 기본이고, 나른해질 무렵 커피 한 잔이 시들시들한 나를 생생하게 해주며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자꾸만 손이 간다. 몸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데에는 커피만큼 나를 살아나게 하는 간식도 없다. 그런데 이 책은 분명 카페인의 불편한, 그것도 아주 불편한 진실을 다루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기에 이 책 『카페인 권하는 사회』를 읽어보기로 했다.
"다시는 한 잔의 모닝커피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마크 맥클러스키, 「Wired」편집장
표지의 이 말이 경고처럼 느껴졌다. 경고를 넘어선 협박같은 무시무시함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펼쳐보게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더이상 건강을 위한 것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감으로 펼쳐든 이 책에는 놀라운 진실이 담겨있다.
"이 책은 건강을 위협하는 과도한 카페인 섭취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더욱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나는 그의 주장에 설득 당했다. 당신도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 매리언 네슬, 뉴욕 대학 식품영양 및 공중보건 교수
"이 책으로 인해 당신이 커피를 더 마시게 될지 덜 마시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커피(또는 차나 레드불) 한 잔에 대한 당신의 생각만큼은 완전히 새롭고 놀라운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저자 머리 카펜터는 역사와 과학과 구전 정보와 교활한 홍보 전략을 하나로 엮어서 태산처럼 웅장한 이야기를 만들었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놀라운 광경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 웨인 커티스, 『And a Bottle of Rum』저자
세상에서 가장 흔하게 남용되는 약물이 바로 카페인이다. 중독성이 있고 규제가 거의 없는 카페인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커피, 에너지드링크, 차, 콜라, 초콜릿 등)에는 물론이고, 예상치 못했던 것(오렌지 맛 탄산음료, 비타민, 진통제 등)에도 속속들이 들어 있을 만큼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한다.(15쪽) 이 책에서는 단순히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에 대한 설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피로를 먹고 성장한 산업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파악해볼 수 있기에 그동안 볼 수 없던 현실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카페인에 중독되어 있으면서도 그런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카카오, 초콜릿, 홍차, 코카콜라, 커피 등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그런 느낌보다는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당연한 듯 마시던 커피를 갑자기 끊을 자신은 없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커피 한 잔을 바라보며 나의 시선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커피를 끊으려고 며칠간 고군분투했는데 결국은 무기력과 집중력 저하를 감당해내지 못했다. 의지로만 해내기 힘든 것이었다. 이 책에서도 이야기한다. 영국의 정신 의학자이자 모험심 많은 인류학자인 윌리엄 할스 리버스가 카페인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피험자에게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금단 효과가 증명되었다. 이들은 다량의 카페인에 금단 증상을 느낀 것이 아니라, 고작 하루 100밀리그램에 불과한 양이었다. 이는 커피 147.5~236밀리미터, 다이어트 코크 두 캔, 코카콜라 세 캔에 함유된 양이다. 차로 따지면 아마 두세 잔이 될 것이다.(109쪽)
카페인의 금단 증상에 관한 설명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 논문을 통해 증명된 바에 따르면, 카페인의 금단 증상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것보다 범위가 더 넓고(피험자 100퍼센트), 금단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일 최소량이 더 낮고(대략 원두커피 한 잔이나 카페인 함유 청량음료 세 캔에 들어 잇는 양), 경험할 수 있는 증상의 범위가 더 다양하다(두통, 피로, 불쾌감, 근육통/뻐근함, 감기 기운, 메스꺼움/구토, 카페인에 대한 갈망 따위).(110쪽)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향정신성 약물이면서도 아무런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서로 권하고 마시면서 활력을 되찾는 현실을 본다. 기업들의 교묘한 술책까지 더해져 이 책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고나니 만감이 교차한다. 카페인의 불편한 진실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추천사에서 언급한 "나는 그의 주장에 설득 당했다. 당신도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나또한 설득 당했고, "커피 한 잔에 대한 당신의 생각만큼은 완전히 새롭고 놀라운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라는 문장 또한 현실이 되었다. 내일부터는 커피를 한 번 끊어볼까 생각하다가도 금단 증상을 이미 경험해보았기에 머뭇거리게 된다. 묘한 생각이 교차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