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3
공지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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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톡톡톡』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어른이 된 후에 청소년 문학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는데, 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을 읽으며 그 생각이 뒤바뀌었다. 지금까지의 수상작들이 기대 이상이었기에 이번에도 꼭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다. 소설을 읽을 때에는 스포일러 없이 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기 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정보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른채 선입견 없이 읽어보기로 했다. 이번 책에서는 어떤 끌림이 있을지 궁금한 생각에 책으로 처음 접한 이 작품은 미리 알았으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를 소재인 낙태에 관한 것이었다.

 

"톡톡톡!"

"이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285쪽)

이 책의 마지막을 읽어나가며 노랑모자 아이의 "톡톡톡!"에 애잔함이 느껴진다.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구나, 생각한다. 출판사 서평을 보니 '뛰어난 상상력으로 현실과 판타지 세계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라는 말이 눈에 띈다.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고 슬픈'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낙태'와 '청소년소설'이라는 것이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 정보 없이 읽어나가기 시작할 때 처음에는 다소 낯선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까지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확 빨려들어가지 않고 천천히 은근하게 녹아들어가게 하는 책이다. 현실인 듯 현실 아닌 듯 안갯속에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톡톡톡'은 대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노랑모자 아이의 인사법이었다. "톡톡톡!" 맑은 구슬이 튀는 듯한 소리였다. "이게 뭐하는 거야?" 인사하는 거냐는 물음에 아이가 까딱까딱한다. 톡톡톡은 인사하는 것이기도 하고, 미안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랑모자 아이 맘대로다. 여하튼 '제목은 그런 뜻이구나', '그나저나 노랑모자 아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노랑모자 아이의 엄마는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에 계속 읽어나갔다.

 

달림은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졌다. '임신'이라는 글자와 '중학생'이라는 글자를 찍었다. 검색어에 '낙태'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낙태공화국, 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 하루에 4천 2백 명, 한 시간에 175명의 아기들이 생명을 잃는다. 95.6프로 불법 낙태. 낙태비용, 낙태 가능한 병원, 낙태 가능 시기, 낙태한 연예인, 낙태 후 몸관리, 낙태 금지법, 낙태 후유증, 낙태 찬반, 낙태 방법, 낙태 산부인과, 낙태 약, 낙태 실태, 낙태 반대 운동연합, 인공유산, 임신중절, 소파술, 흡입술......낯선 단어들을 노려보노라니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정말로 생각해본 적 없는 단어들이었다. 낙타도 아니고 낙태라니......(145쪽)

중학생인 달림은 엄마의 식당일을 도우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 스스로 콩쥐같다고 생각하는 여학생이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 미루가 임신을 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한다. 그제야 달림은 인터넷을 뒤져 관련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낙타도 아니고 낙태라니!'라는 말로 보더라도 달림에게는 낯선 단어라는 느낌을 준다.

 

슈가맨, 모자, 보풀들, 에밀레 별 등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한 단계 걸러서 접하게 되는 낙태 문제는 오히려 신선했다. 때로는 현실이 더 영화같고 비참하고 소스라치게 소름끼치는 장면을 연출해낸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낙태에 관한 모습을 그냥 보여준다. 찬성이나 반대의 입장에 서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의 임신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읽으면서 작은 생명에 관해서 독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데, 마지막까지 읽고 보니 애잔하게 소름돋는 묘한 느낌이 든다.

요렇게 작아 보여도 우주를 품고 있거든. 엄마 뱃속의 양수는 고대의 바닷물이야. 이 물에서 아기들은 억 년의 일기장을 들춰내고, 유구한 세월을 견뎌온 생명의 기억을 찾아내지. 그리고 제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 너머, 그 이상의 먼 시간을 본단다. (208쪽)

"지구상에서 자기 종에 의해서 목숨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런데 보풀들은 자기 종에게 공격받고 생명을 뺏기는 거야. 그것도 자기 부모에게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을 사람에게 가장 참혹한 방법으로."(210쪽)

 

이 책을 읽고 보니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들, 태어나기도 전에 없어지는 아이들을 다시 한 번 눈여겨 보게 된다. 이 세상에 하찮은 존재는 없다. 물론 없어야하는 존재도 없다. 그런데 가장 사랑받아야 할 사람에게 잔혹하게 사라지게 되는, 태어나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해야하나. 어둡고 무거운 소재이지만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간 작가의 필치가 이 책을 끝까지 읽도록 만들었다. 청소년의 임신과 낙태에 관한 소재를 보다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폭을 넓혀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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