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책을 잡아도 잘 읽히지 않고, 몸은 축 늘어지고 마음도 시큰둥하다. 그래서 특별히 끌리는 책이 없나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위 때문이 아니었다. 이럴 때에는 뒷이야기가 궁금해 죽겠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을 읽어야 제맛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제격이었다. 단숨에 읽게 되는 이 책 『걸 온 더 트레인』은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하면서 결국 끝을 보게 만들었다.

 

"정말 훌륭한 서스펜스 소설. 거의 밤을 지새우며 읽었다. 알코올중독 화자가 그야말로 완벽하다." 스티븐 킹

"폴라 호킨스, 당신이 누군지 몰라도 당신 책을 읽느라 밤을 꼴딱 새워버렸어요..." 리즈 위더스푼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어서 저녁밥을 놓쳐버렸다. 푹 빠져버림." 제니퍼 애니스톤

이 책에 대한 열광과 찬사를 처음에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처음에 나오는 레이첼의 사소한 이야기에 읽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실망하고 읽기를 멈추면 안 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레이첼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된다. 나도 그들과 같은 찬사를 보내게 된다. "어제 새벽에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답니다."

 

더운 여름 밤에 무리해서 늦게까지 책을 읽지 않기로 했지만, 결국 이 책을 어제 새벽까지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오늘 할 일도 많았는데, 손에서 내려 놓을 수가 없었다. 다른 급한 일들을 뒷전으로 미루고 이 책을 가장 최우선 순위로 올려놓았다.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일단 펼쳐들고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될 것이다. 중간에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코올 중독자 레이첼의 기억은 어느 부분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면서도 읽는 속도를 늦출 수 없다. 어서 뒷이야기를 봐야한다는 생각에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놓치고 말았다.

 

이 책에는 레이첼, 메건, 애나 세 명의 여성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알코올중독자 레이첼이다. 이야기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 그녀가 바라보고 생각한 것에서 이어진다. 기차가 정지 신호를 받고 멈춰 서면 기찻길 옆 집, 15호가 완벽하게 보인다. 그 집에 보이는 남녀의 이름을 레이첼은 제이슨과 제스라고 지었다. 그들이 행복하다고 나름대로 규정해놓고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런데 어느 날, 행복하다고만 생각했던 그들이 함께가 아니었다. 제스가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메건이 실종된다. 레이첼이 제스라고 이름지었던 그녀의 이름은 메건이며 그녀가 실종되었다. 그의 남편 제이슨의 실제 이름은 스콧이다. 그렇게 레이첼은 목격자가 되어 실제 삶으로 들어가 얽히게 된다. 메건의 실종 당일, 레이첼에게도 그곳에서 무슨 일인가 있었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레이첼의 고민이 시작되면서 독자로서는 이 책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은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면서 자주 기억을 잃는 여주인공이 어떤 강력 범죄를 목격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을 소설로 풀어낸 책이다. 그런 점에서 레이첼의 진술에 공감하면서도 그녀의 기억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종잡을 수 없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며 이 책을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최면요법은 단기 기억 상실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봤듯이, 우리는 기억을 일시적으로 상실한 동안에는 기억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억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내게 그 시간은 블랙홀처럼 뻥 뚫려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137쪽)

 

그녀의 기억은 진실일까. 실제 그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을 읽는 묘미는 기억의 불확실성에 의해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고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점이었다. 그녀가 접하는 사람들 모두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다가, 결국 소설 속 주요 화자 레이첼마저도 의심하게 된다. 도대체 누가 범인일지 궁금한 마음에 끝까지 읽어보게 되는데, 끝까지 읽도록 이끌어가는 추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범인이 누군지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단숨에 읽어버린 이유는 결과가 궁금해서만은 아니었다. 세세한 심리묘사에 이끌려서 점점 이 소설 속의 세 여인 레이첼, 메건, 애나의 심리 속으로 들어가 읽어나가게 된 것이다. 낯선 인물이 점점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하는 순간, 소설은 마음을 잡아 끄는 흡인력을 선사해줄 것이다.

 

여름밤에 읽기 딱 좋은 소설이다. 왜 여름에 이런 소설을 추천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된 소설이다. 여름엔 역시 미스테리 스릴러가 제격이고, 수많은 책들 중 이 책을 잡으면 후회없이 무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예측하지 못하는 흥미로움과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궁금한 마음이 뒤섞여 두꺼운 책 한 권을 다 읽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절대 너무 늦은 시간에 읽기 시작하지는 말 것! 끝까지 읽지 않으면 멈출 수 없기에 잠 잘 타이밍을 놓쳐 다음 날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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