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 싸울 수밖에 없다면 이겨야 한다
이진우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고전을 손에 잡고 새롭게 바라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다시 읽은 책에서는 그동안 선입견에 둘러싸여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을 깨우치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전부가 아니었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상당했다. 당연한 듯이 여기는 편견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음을 느낀다. 독서를 통해 견고한 세계를 뚫어버리는 것이 책을 읽는 묘미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도 마찬가지의 오해를 받고 있다.

-손자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과 전략에 관해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입에 오르내리면서도 그들의 책은 역설적으로 가장 읽히지 않는다. 손자의 말들은 모든 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깊이 있게 읽지 않고, 1,200여 쪽에 달하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그 방대한 양 때문에 감히 읽기를 주저한다. 이렇게 우리는 몇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전쟁에 관한 한 인류 문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두 책을 안다고 생각한다. (6쪽)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처럼-동양의 《손자병법》도 이와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다- 그 출처를 거의 읽지 않으면서도 가장 많이 인용하는 책도 없을 것이다. 서로 아무런 연결 없이 떠돌아다니는 클라우제비츠의 인용문들은 그를 무조건적인 절대전쟁의 냉담한 예언자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것은 오해이고 왜곡이다. (17쪽)

이 책을 읽어볼까말까 고민했던 것은 '전쟁'이라는 단어는 나와 연관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원문만이 아닌 이진우 교수의 해석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책이기에 일단 읽어보기로 했고, 읽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의 선입견을 갈아엎고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진우. 마키아벨리에 관한 석사 학위 논문에서 '이성의 권력에서 권력의 이성으로'라는 철학적 화두를 설정한 이래 이제까지 '권력'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치면서 관심 영역을 현대사회에 나타나는 다양한 권력 현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저자는 21세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전략을 요청하는 시대이기에 전쟁에 관한 가장 위대할 뿐만 아니라 유일무이한 《전쟁론》을 읽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오늘날에 필요한 전략의 관점에서 간추려 체계적으로 재구성하고,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해설을 덧붙였다.

 

이 책은 총 7부로 나뉜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전략, 전술, 작전', '전략의 공간', '전략적 공격과 방어', '전략의 덕성', '전략의 경제학과 역학', '절대전쟁' 7부에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클라우제비츠에 대한 개인정보와 그의 사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전쟁론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했지만 각 장의 끝에 '클라우제비츠가 손자를 읽다'라는 코너를 통해 손자병법까지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클라우제비츠를 방대한 분량으로 직접 접하는 것보다는 훨씬 접근성 면에서 유리하고,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해 손색없는 입문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서양을 아우르고 과거에서 현대까지 오가는 폭넓은 해설로 읽는 즐거움이 컸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의 현실은 전쟁이고, 전쟁론은 전략의 철학이다. 전쟁이라는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날카로운 이성은 꼭 필요한 것이고, 그것은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이기에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무관하지 않고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략을 잘 세워서 행동해야하고, 이성과 감성의 독특한 자질인 정신력을 키워야 한다. 클라우제비츠는 이렇게 이성과 감성이 독특하게 결합하여 고도의 정신력을 갖고 있는 전략가를 '전쟁의 천재'라고 부른다. (155쪽)

 

이 책을 읽고 생각하게 된 바가 두 가지 있다. 첫 째는 제목만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들춰보지도 않았던 책들에 대해 폭넓게 받아들이고 일단 행동을 취해 책장을 열어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손자의《손자병법》을 좀더 심도있게 읽어봐야겠다는 동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짚어주는 것을 보고 나서야 뒷북치듯 깨닫게 된다는 점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렇게라도 이 책을 읽었기에 알게 된 것이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있는 '손자병법과 전쟁론'은 동서양의 전쟁서를 비교분석하며 짚어주기에 두 책 모두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당시의 시대상과 두 책의 차이점을 바라보며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고 보충적인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 공감하게 된다.

 

마지막에 담긴 다음 문장은 전쟁서의 고전이 지금 사회에서도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준다. 이 책을 읽어보는 사람들이 함께 논의하고 짚어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대마다 전쟁은 카멜레온처럼 특성을 조금씩 바꾸어 기묘한 삼중성을 띠고 있으니 그 특징을 파악하여 인식하고 있어야할 것이다. 우리의 삶 또한 전쟁이니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전쟁은 가장 폭력적인 행위이다. 이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의 형식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전쟁이 훨씬 더 복잡해질수록 그 본질과 성격을 파악하는 일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어느 시대에 똑같은 전쟁을 성찰하고 승리의 전략을 사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클라우제비츠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전쟁은 카멜레온과 같다. 전쟁은 각각의 구체적인 경우마다 그 특성을 조금씩 바꾸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은 전쟁의 전체 현상에 따라 그리고 전쟁에 널리 퍼져 있는 경향과 관련하여 기묘한 삼중성을 띠기도 한다. 상중성은 다음의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전쟁의 요소인 증오와 적대감의 원초적 폭력성인데, 이는 맹목적 본능과 같다. 둘째, 개연성과 우연의 도박인데, 이것은 전쟁을 자유로운 정신활동으로 만든다. 셋째, 정치적 도구라는 종속성인데, 이로 말미암아 전쟁은 순수한 이성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 (중략) 이 세 경향은 각각 다른 법칙처럼 보이지만 모두 전쟁이라는 주제의 본질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또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셋 중에서 어느 하나를 무시하거나 그들 사이에 임의의 관계를 세우려는 이론이 있다면 그 이론은 즉시 현실과 모순에 빠질 것이며 그 모순만으로도 이미 폐기된 것과 같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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