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 깊이 있는 동유럽 여행을 위한 지식 가이드
정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지금 당장, 어딘가로 여행을 할 수 있는 티켓이 생긴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동유럽으로 떠날 것이다. 먹고 자고 돌아다니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다면 좀더 깊이 있게 동유럽을 여행하고 싶다. 어디선가 동유럽 여행권이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런 행운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동유럽이다.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그곳에 다녀왔다는 것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진짜 아까울 것 같다. 벼르고 별러서 가는 곳이라면 미리 정보를 익혀두고 그곳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책을 통해 얄팍한 지식을 좀더 두텁게 채워보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정태남. 30년 이상 로마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유럽 구석구석을 끊임없이 여행해왔는데, 그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문화와 역사와 언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여러 매체에 오랫동안 글을 기고해오고 있다. 건축, 음악, 미술, 역사, 언어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했기에 그의 글을 읽으며 깊이 있는 동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책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에는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비엔나,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실려있다. 총 네 파트로 나누어 갈만한 곳을 짚어준다. 프라하에서는 체코 민족의 전설과 역사가 배어 있는 신성한 언덕인 비셰흐라트를 시작으로 바츨라프 광장, 구시가지 광장의 천문시계, 루돌피눔, 황금골목 등을 보게 된다. 비엔나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오스트리아 최대의 성전인 슈테판 대성당을 비롯하여 캐른트너 슈트라세, 미하엘 광장, 카를 성당, 벨베데레 궁전 등을 소개한다. 브라티슬라바에서는 성 마르틴 대성당, 에스엔페 다리, 블라티슬라바 성 등을 둘러보고, 부다페스트에서는 뵈뢰슈머르티 광장, 리스트 광장과 음악원, 세체니 다리 등을 짚어본다.

 

이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동유럽 여행을 그려본다. 때로는 감성보다는 지성 넘치는 남성적인 여행기를 보여주고, 때로는 박학다식한 가이드를 동반하고 여행길에 나선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곳에 대한 이야기는 아는 바가 없었는데, 글을 읽으며 그곳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진을 다시 바라보니 나와의 거리감이 조금은 줄어들었다는 느낌이다. 건물은 그냥 건물이 아니라, 이야기를 머금은 건물로 나에게 또다른 의미를 제공해준다. 치통의 예수 그리스도의 사연이라든지, 명장 하누슈의 한이 서린 프라하의 명물 구시가지 광장의 천문시계 등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처음 접해보고 흥미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이 책의 장점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듯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줄줄 풀려나와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점이다. 지식이 채워지는 느낌에 좀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잘 모른 채 동유럽 여행을 다녀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채우면서 눈높이를 높게 상향 조정할 수 있다. 지금 이 느낌 그대로 기억하고 싶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억도 희미해지는 법이다. 그때가 되면 체크해 놓은 부분을 다시 정독하고 여행길에 나설 것이다. 동유럽 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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