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 리셋 연습장
코이케 류노스케 글.그림,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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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복잡해질 때가 있다.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당시에는 심각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우왕좌왕한다. 살아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때에는 몸과 마음이 지친 경우이다. 이럴 때에는 책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코이케 류노스케의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예전에 『생각 버리기 연습』을 읽으며 너무 무겁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적당함이 마음에 들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버리고 사는 연습』또한 쉬운 언어로 핵심을 짚어주는 듯 구성되어 있다. 그것이 코이케 류노스케의 글 스타일인가보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도쿄대학교 교양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도쿄 세타가야 소재의 쓰쿠요미 사에서 주지로 일하고 있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2003년부터 웹사이트 '가출공간'을 열어 직접 그린 네 컷 만화와 에세이, 상담을 통해 마음 다스리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심오한 내용을 네 컷 만화에 담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전 책에서도 그랬듯이 심오한 내용을 네 컷 만화와 에세이를 통해 대중에게 쉽게 어필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쉽게 읽으며 사색에 잠기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네 컷 만화만 가볍게 훌훌 건너뛰면서 읽다가 문득 깨닫고 나면 인간의 마음에 대한 개념이 잡히기도 하고, 마음속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번뇌가 한결 가벼워지기도 하는 장치를 마련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손에 들고 읽는 동안 때 묻은 번뇌를 리셋하는 연습이 될지도 모릅니다. (5쪽)

이 책을 대할 때 처음에는 네 컷 만화 위주로 읽어나가는 것이 좋다. 귀여운 동자스님과 참새 짹짹이, 야옹이, 곰돌이 등의 캐릭터가 깔끔하고 담백하게 다가온다. 슬슬 넘기며 네 컷 만화를 읽다보면 저자가 말하는 것을 좀더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된다. 그때에는 이어지는 설명을 좀더 읽어나간다. 그 안에는 우리의 일상이 들어있기도 하고, 어느 순간 인간의 마음을 잘 표현하기도 한다. 좀더 심오해지면 불교 이론이 나오기도 하고 《금강경》등의 경전이 들어있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은 『번뇌 리셋 연습장』이다. 읽다보니 생각보다 마음속의 번뇌를 리셋하는 기능을 제대로 해낼 거라 기대된다. 일단 네 컷 만화 속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고, 내용도 무거움과 가벼움을 적당히 아우르며 균형이 잡혀있다. 스르륵 넘기다가 마음에 강하게 와닿는 부분을 오늘의 화두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내가 오늘의 화두로 삼은 것은 '마음의 실밥 뽑기'이다. 네 컷 만화와 함께 저자의 글이 이어진다.

자기 이미지를 만든다. 그때마다 우리들의 마음에는 바느질 자국이 하나씩 늘어납니다. 바느질 자국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꼼짝 달싹 못하게 되어 자기가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전혀 모르게 됩니다. 그러기에 불도를 마음에 꿰맨 실밥을 뽑아내는 길이라고도 하는가 봅니다. 그런데 자기 이미지를 의식하는 '만'의 마음이 생길 때면, 마음에 바느질 자국을 만들 때면, 반드시 쾌감이나 불쾌감이 생길 것입니다...(중략)...무엇보다도 '만'의 마음이 나온 순간 그것을 붙잡아둘 수 있다면, 그만큼 '만'의 바느질 자국을 한 땀씩 없앨 수 있게 됩니다. 천의무봉까지는 갈 수 없더라도 더러운 바느질 자국이 줄어들도록 꾸준히 실밥을 뽑아야 합니다. (128~129쪽)

 

이 책을 복잡한 생각이 들 때 꺼내 들어서 내 마음속 번뇌를 리셋하는 데에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꾸밈없는 산뜻한 기분이 느껴진다. 복잡한 마음의 곁가지를 쳐내고 단순하게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불교의 시각을 잠깐 빌려 세상사를 바라보고 싶을 때, 특히 와닿는 내용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쉬운 언어로 담담하게 핵심을 짚어주는 듯한 이야기에 이 책을 읽으며 마음속을 청소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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