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실천하는 인문학 - 꽉 막힌 세상, 문사철에서 길을 찾다
최효찬 지음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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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인문학 공부에 관한 책을 여러 차례 읽게 된다. 이것도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하던 때에는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판단이 안 되고 막연하기만 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내 곁에 두고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을 걸러내게 된다. 정신이 번쩍 드는 책이 나를 키운다. 잠이 들려고 하다가도 깨게 되는 것은 순전히 책덕분이다. 그 책이 나를 깨우는 것이다. 내 생각을 변화시키고 나를 뒤흔들며 일깨우는 책을 읽는 것이 진정한 독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책을 찾기 위한 과정이 독서이고, 독서를 통해 실천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독서의 이유가 될 것이다. 책을 읽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는 것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될테니 말이다.

 

이 책도 인문학 공부를 강조하는 책이다. "사색은 검색보다 강하다. 자신을 바꾸는 인문학 교실"이라고 빨간 글씨로 강조되어 있다. 위대한 인문학 현자들의 지혜에서 찾아낸 촌철살인의 교훈을 이 책 속에서 건져내본다. 독서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는 안타깝기만 하다. 꽉 막힌 세상에서 길을 찾기 위해서 인문학 공부가 중시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문학 공부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으니까.

 

이 책의 저자는 최효찬. 1998년에 첫 책을 낸 이후 지금까지 서른 권 가까운 책을 출간했고, 자녀 교육과 독서 교육 분야, 인문학을 아우르며 융합적인 글쓰기를 하면서 자신만의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 오솔길을 걸어가는 데 최고의 친구는 인문 고전을 비롯한 책들이다. 책을 읽은 뒤 인상 깊은 내용을 기록하는 '초서'를 습관처럼 하는 것이 그의 비법이다. 초서는 다산 정약용과 퇴계 이황이 즐겨했던 것인데, 훨씬 더 생산적인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고 글쓰기에도 한층 자신감을 얻으며 어느날 문득 내공이 한층 깊어진 것을 느끼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나뉜다. '새로움을 상상하다','마음가짐을 얻다','관계를 배우다','공부법을 정리하다','인생을 깨닫다' 이렇게 다섯 장에 총 48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방대한 독서와 사색으로 인문학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준다. 이 책을 통해 헤르만 헤세, 장 자크 루소, 생텍쥐페리, 퇴계 이황, 스티브 잡스, 니코스 카잔차키스 등의 이야기를 보게 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다양한 주제로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어떤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은지, 어떤 책을 읽을지 방향을 조정해본다.

 

다양한 부분에서 사색에 잠길 수 있도록 제시해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어떤 글이 눈에 들어오느냐에 따라 지금 나의 마음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누군가의 어느 한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은 나에게 남회근의 말이 강하게 들어온다.

"소위 군자와 소인의 차이란 어떤 절대적인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군자도 수시로 소인으로 변할 수 있고, 소인 또한 때로는 군자의 도를 지닐 수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현자로 통하는 남회근이 쓴 『주역계사』에 나오는 말이다...(중략)..."좋은 사람도 어떨 때는 아주 나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평시에 너무 좋았기 때문에 오히려 원래 나쁜 사람보다도 훨씬 더 감수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도리어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습니다. 아무리 바꾸려고 설득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원래 나쁜 사람보다 더 곤란하지요." (105쪽)

 

이 책을 읽으며 초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좀더 체계적으로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산은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초서(책을 읽고 자신의 주견에 맞게 문장을 베끼는 것)를 하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제자들과 초서를 하고 이를 묶어 책으로 엮었다. 스승과 제자의 공동 작업인 셈인데, 다산이 500권을 저술하고 편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자들과 그 자신의 초서가 큰 기여를 했던 것이다. (228쪽)

 

인문고전은 읽을 때마다 다른 부분에서 나를 자극한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전혀 다른 감상을 하기도 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타인이 전혀 다른 부분에서 공감하기도 한다. 혼자 읽는 것도 좋지만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통의 의미가 될 것이고, 인문학 공부의 입문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실천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인문학 독서와 초서를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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