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 시가 먹은 에세이
김준 지음 / 글길나루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표지를 보며 밤하늘의 별을 떠올린다. 요즘은 장마철이어서 하늘에서 별 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기에 상상 속에서 별을 떠올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별은 쳐다볼수록 한 면만을 내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별빛은 밝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사랑과 아픔, 그리움과 행복이 모두 담겨 있다. 한 인간의 존재감이 하나로 통합되어 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별을 바라보며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리라.

 

이 책은 표지의 그림이 첫인상을 좋게 했다. 이 책의 제목은 이상하리만치 입에 딱딱 달라붙지 않는다. 자꾸 버벅거리며 읽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느낌은 제목이 아니라 표지의 그림에 있었다. 제목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것을 표지 그림이 채워주고 있다. 빛은 찬란한 아픔이기도 하고, 아름다움 자체이기도 하다. 아픔과 사랑이 함께 하는 것은 그때문인지도 모른다. 원래 한몸이었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는 김준. 월간 「문학21」시 등단, 월간「한맥 문학」수필 등단을 한 시인 겸 수필가이다. 이번에 김준 작가의 글은 처음 접하는데 1998년 시집 『Yesterday』출간으로 시 부문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적이 있고, 2002년 다시 시집 『별이 된 당신에게 하늘 닮은 사랑이고 싶습니다』로 출간과 동시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이번 책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는 '시가 먹은 에세이'라는 타이틀처럼 시와 에세이가 적절히 섞여있다.

 

시보다는 에세이를 주로 읽는 나같은 독자는 전혀 다른 세계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시보다는 따로 해석이 필요없는 에세이를 읽는 것이 속시원할 때가 있다. 이 책은 그 중간지점을 잘 파악해서 들려주기에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이내 그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은 이왕이면 혼자 깨어있는 긴 어둠 속에서 읽기를 권한다. 사랑이 흔적을 남기고 떠나간 후 새벽무렵의 고요, 기쁨만이 전부는 아니었던 시절의 눈물이 떠오를 때, 이 책은 그 감성을 살짝 건드려줄 것이다. 마음을 어루만지며 내 안의 이야기를 나지막히 들려준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 소중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는 시간이다.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내 이야기를 끌어올려 건져낸다.

 

이 책은 밝을 때에 후딱 읽어버릴 책은 절대 아니다. 시끌벅적한 한낮에 읽으려면 차라리 읽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어두운 밤에 홀로 깨어 읽다보면 우리의 인생을 읽어나가게 된다. 누구에게나 한 권의 책이 되고 한 편의 시가 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을 담아내는 책이다. 밤하늘의 별처럼 다양한 삶의 소리를 담아내는 책이다. 별이 밤에 보이듯, 이 책의 의미는 밤에 빛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꼭 어두운 밤에 읽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깜깜한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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