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인문학 - 5000년 역사를 만든 동서양 천재들의 사색공부법
이지성 지음 / 차이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출간된 것을 보고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저자의 전작『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인문고전을 읽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던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은 그 당시의 천재들이 쓴 책이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책이니 당연히 읽어봐야하는 명작이다. 그 책은 막연하게 인문고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불을 지펴주었다. 부록에 보면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 단계별 추천도서가 담겨있어서 몇 권을 찾아 읽었다. 하지만 그 이상 지속적으로 독서를 하지는 못하고 이 책 『생각하는 인문학』을 읽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접하고 보니 사그라들고 있던 인문학 독서 동기에 다시금 불을 지펴준다.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린 듯한 느낌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하지 않고 생각 '당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새로운 생각의 틀을 만들어가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이지성의 책을 읽으면 무언가 스스로 하고 싶다는 의욕을 불태우게 된다. 그 점이 자기계발서의 장점이고 저자의 능력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교육을 떠올린다. 저자는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이라 일컫는다.

1945년 8월 15일, 일왕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같은 해 9월 8일, 남한에 미군이 진주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9월 12일, 조선총독부의 마지막 총독을 지낸 아베 노부유키는 우리나라를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일본이 패배했다고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조선이 위대하고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앞으로 100년도 넘게 걸릴 것이다. 우리가 총,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조선 민족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보라. 조선은 진정 찬란하고 위대했다. 하지만 식민교육으로 인해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13쪽)

우민화 교육은 조선교육위원회의 미국식 교육 이식으로 이어지고, 미국식 교육은 다름아닌 아베 노부유키가 말한 식민교육의 미국식 버전인 것이다. 지금도 우리 교육 현장에는 죽은 지식의 강제적 주입, 맹목적 암기, 기계적 문제풀이, 친구와의 무의미한 무한경쟁만 자리잡고 있으며,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교육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생각없이 살고 있었다는 점을 이제야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비트겐슈타인은 "당신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당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저자는 독서와 사색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는 자기교육 시스템을 권한다.

첫째, 당신의 두뇌로 하여금 이제껏 받은 교육이 세계 최악의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라.

둘째, 당신의 두뇌 안에 새로운 생각 시스템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

셋째, 생각회로를 천재들의 생각 시스템에 접속해야 한다.

넷째, 진정한 의미의 자기교육을 시작하라.

 

이 책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문학 공부법, 아인슈타인의 생각공부법 등을 살펴볼 수 있고, 동서양 천재들의 사색공부법을 배우게 된다. '사색공부법'을 다양한 예시로 바라보고 보니 앞으로 어떻게 독서를 하고 사색할지 방향이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문학 공부를 하겠다며 시작만 여러 번 하다가 결국은 변죽만 울리고 말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왜 공부를 하고 싶은지 인문학 독서를 통해 어떤 점을 깊이 생각하고 변화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사색공부법 10 중에서 특히 '인문고전의 목차로 사색지도를 그려라'라는 내용을 담은 '사색공부법 08'은 지금 당장 실천해보기 부담없다.

 

이 책을 읽으며 인문학 공부에 대해 '왜'와 '어떻게'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막연히 인문학 서적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넘어서서, 왜 읽어야할지, 어떤 방식으로 읽어나갈지 큰 틀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충분히 크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변화시키는 독서를 위한 작은 시작점이 될 것이고, 다소 수동적인 독서 생활을 하던 나에게 적극적으로 능동적 독서를 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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