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건, 경찰조사에서 합의, 재판까지 사건별 시간별 대응 전략
박원경 지음 / 지식공간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성범죄 사건에 대해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다. 막연히 흑백논리로 구분하며 욕하기 전에 법적으로 어떤 처분을 받으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었다. 성범죄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는 의도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부터 상세하여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의 표지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주의!

이 책에는 장기간 성범죄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박원경 변호사의 실전 노하우가 담겨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성범죄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법 현실을 몰라서 받지 않아도 될 처벌까지 억울하게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성범죄 피해자인 여성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그 반대였다. '받지 않아도 될 혐의는 받지 말고, 받지 않아도 될 처벌은 받지 말자!'라는 말을 보니, 성범죄 가해자인 남성에게도 대응책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법도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법의 잣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드리워질 것이다.

 

 

생전 경찰서나 법원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서로 다른 세 명이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성추행을 저지르고 수사를 받게 되었다. 셋 모두 혐의가 뚜렷했고, 증거도 확실했다. 초범인 것도 똑같았고, 죄질도 비슷하게 판단되었다. 그런데 A는 재판도 받지 않고 성범죄 전과기재도 없이 마무리되었고, B는 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과 20년간 신상정보등록처분을 받았고, C는 1년간 실형을 선고받고 20년간 신상정보등록뿐 아니라 3년간 신상공개처분을 받았다. 이 셋이 저지른 사건은 똑같은데 왜 결과는 다른 것일까?

단 하나의 이유만 꼽아보라면 나는 감히 대응 전략의 차이라고 하겠다. (5쪽)

저자는 제대로 준비했다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을 사람들이 법률 현실에 대한 무지와 준비 소홀로 받지 않아도 될 처벌까지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경찰 조사를 받는 때에 실제 상황과 가해자의 생각을 교묘하게 잘 짚어내었다. 별 일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출두했다가 실제 범죄 이상의 처벌을 받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성범죄 전문 변호사 박원경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해놓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겠지만, 혹시라도 가족이나 지인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 고민되고 막막할 때에는 이 책이 똑똑한 가이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그 다음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처음에는 성범죄 가해자를 위한 책이기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읽다보니 그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자기 얼굴과 이름이 '성범죄자'라는 문구와 함게 동네에 뿌려진다면 끔찍할 것이다. 끔찍한 성범죄자도 아니고 아주 가벼운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낙인이 찍힌다면 어떨까.

예컨대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음란한 글이나 사진을 보냈다. 이건 통신매체이용음란에 해당된다. 사실 이 사건은 경미한 성범죄에 해당하는데 과거에는 보안처분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보안처분 대상이 된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잘못된 대응책때문에 평생 고통을 받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올바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참고로, 보안처분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게 신상정보 고지명령이나 전자발찌 같은 것이다. 또한 보안처분은 처벌과 별개다. 처벌은 처벌대로 받고, 보안처분은 보안처분대로 받게 되어 있다. (19쪽)

 

이 책의 순서는 책의 제목과 같다. 성범죄 사건에 대해 경찰 조사를 시작으로 합의, 재판까지 사건별 시간별 대응 전략을 상세하게 일러준다. 제1부에서는 시간별 액션 플랜으로 '수사 전 단계','수사단계','재판단계' 세 단계에 걸쳐서 상세하게 짚어준다. 2부 사건별 액션 플랜은 '성매매','가벼운 성추행','무거운 성폭력','회사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 등 사건 유형에 따라 어떤 점을 포인트로 잡고 해결을 해야할지 판단하게 해준다. 이 책을 보면 합의금 액수에 대한 대략의 가이드라인이 나온다. 수사 전단계와 수사 단계, 재판 단계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단계별로 얼마인지까지 상세하게 알려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막연하게 알던 부분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받는 느낌이다.

 

 

 

 
 

관련 법조항도 상세하게 다룬다. 알아두면 모르는 것보다는 나으리라는 생각에 읽게 되지만, 영 마음이 찜찜한 것도 사실이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 책이 불편한 당신에게'라는 제목으로 마무리를 한다. 사실 여성의 입장으로서는 이 책을 다 읽고도 여전히 불편한 마음이 있었기에 맺음말의 제목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워낙 흉흉한 기사를 많이 보아서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런 시각으로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성범죄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극소수의 흉악범을 제외하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성범죄자'라는 단어의 뉘앙스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 심지어는 성범죄 사건을 맡은 변호사까지도 함께 욕을 먹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자기 자식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가만히 있었겠느냐는 첨언과 함께. (210쪽)

그들이 잘못한 것은 분명 맞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비해 더 큰 처벌을 받는다면 그것도 옳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큰 틀에서도 볼 수 있고, 필요한 부분을 상세하게 짚어보도록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런 범죄와 상관없는 사람들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혹시나 주변 사람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성범죄에 가담했다면 이 책이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