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자폐증을 가진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다. 주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본 것이 대부분이고, 예술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허구라는 점에 비추어볼 때 실제 그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는지 알고 싶었다. 다소 평범한 제목으로 비추어진 얇은 책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놀라웠다. '세계 20개국 출간, 아마존 베스트셀러, NHK,EBS 다큐멘터리 화제의 방영'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저자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히가시다 나오키. 스물 세살의 자폐인이다. 7세에 자폐증 진단을 받은 중증 자폐성장애인으로 남과 대화하기 어려웠지만, 어머니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글자판을 가리키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나는 마치 고장 난 로봇 속에서 어떻게 조종하면 좋을지 몰라 쩔쩔매는 사람 같습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씨가 안고 있는 '자폐증'은 선천적인 뇌 기능 장애로 커뮤니케이션이나 일상생활에 갖가지 곤란을 일으킵니다. 자폐증 스펙트럼(자폐증과 그에 가까운 장애)은 '백 명에 한 명꼴로 존재한다'고 하는데, 그 증상이나 정도가 몹시 다양해서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장애입니다. (37쪽)

프롤로그에 보면 자폐증에도 개인차가 있어서 모든 자폐인이 저자와 똑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정상인도 사실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제각각 자신만의 감성이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양한데 어찌 한 가지 특성으로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자폐증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그들의 감성이 비슷하리라고 짐작했던 나 자신의 편협한 시각을 이번 기회에 깨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히가시다 나오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자폐를 가진 사람의 생각을 짐작해본다. 그의 말과 행동은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에게 시간과 기억은 어떤 의미인지 이렇게 전해들으니 짐작할 법하다.

시간은 지나가는 것입니다. 한정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지나간 시간까지 미래로 이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합니다. 내게 기억이란 선이 아니라 점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의 기억이나 어제의 기억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실수를 했다는 것 자체는 기억해도, 언제 어떤 실수를 했으며 내가 그때 어떻게 했어야 옳았는지 기억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22쪽)

 

이 책에는 저자의 생각과 함께 인터뷰의 내용이 실려있다. 담백한 어조로 간촐하게 담아낸 언어인데, 읽는내내 가슴이 먹먹한 느낌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해보겠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살았으리라. 그들이 내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소통을 위한 시도인데, 그렇다는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식물, 하늘, 물, 저녁 해 등에 대해 언급하는 이야기에 몰두하며, 주변의 자연을 다시금 깊이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인터뷰를 보며 해외 강연까지 다녀온 부분에서는 마음이 한껏 성장했으리라 생각되었다. "나의 눈으로 세계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해졌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가 아주 작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는 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낀 것을, 나의 언어로 바꾸어 글을 쓰고 싶습니다."(157쪽)

 

이 책을 읽으며 이해하고 공감하며 감동했다. 정상인이기에 느끼지 못하는 감성을 저자의 시각에서 일깨워보기도 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이 나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그들의 세계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발판이 된다. 이 책을 보며 또다른 모습을 한 인간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