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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기행 - 깨달음이 있는 여행은 행복하다
정찬주 지음, 유동영.아일선 사진 / 작가정신 / 2015년 5월
평점 :
예전에 스리랑카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제대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불교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기억은 더욱 희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행 당시, 수많은 불교 관련 유적을 살펴보았지만 강하게 뇌리에 남아있지 않고, 심지어 어느 지역에 갔다왔는지조차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신발을 벗어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모자까지 벗어야하는 것이 귀찮았던 기억만 생생하다. 요즘들어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원하던 책을 제대로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필요한 책은 이런 책이었어!'. 생생한 사진과 심도있는 글귀를 통해 다시 한 번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다. 희미해진 기억을 다시 되살아나게 만드는 시간이다.
이 책은 『불국기행』이다. 부탄, 네팔, 남인도, 스리랑카, 중국 오대산까지 불교 성지를 찾아 떠난 순례와 답사 기행을 담았다. 책 띠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이 세상에는 첫눈이 오면 공휴일이 되는 나라가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다니! 부탄 소개에 한껏 낭만적인 기분이 되어 책을 읽게 되었다. 부탄은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나라였기에 이 책의 초반부터 깊이 빠져들어 읽어보게 되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불교라는 매개로 여행지를 바라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독서가 된다. 해당 종교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불교를 알아가며 여행지를 살펴볼 수 있어서 의미 있다.
'도를 모르고서 발을 옮긴들 어찌 길을 알겠는가.' 저자 정찬주가 서문에 담은 어느 선사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그동안 여행을 다녀온 곳들이 깊이 있게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은 별다른 준비 없이 보고 즐기는 여행으로 마무리해서일지도 모른다. 좀더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했을텐데 아쉽기만 하다. 책을 읽어나가며 다시 가면 좀더 깊이 있게 여행지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다시 가더라도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내 안에 풀어내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다시 한 번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과 모르던 것을 알아가는 두근거림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와 사진작가가 다른 사람이다. 저자는 벽록 정찬주, 사진은 유동영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구분해서 담아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글을 깊이 있게 담았고, 사진작가는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으로 여행지를 담아냈다.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자아내는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충 읽고 넘기려고 했던 나의 시선을 사로잡아 한장 한장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넘기게 만들었다. 마지막까지 시선을 끌어들이고 한 권의 책을 다 읽어버린 것에 아쉬움마저 느끼게 했다.
첫눈이 오면 공휴일이 되는 나라, 부탄.
히말라야 기운으로 축복받은 땅, 네팔.
신라 여섯 씨족장과 석탈해가 떠난 땅, 남인도.
연꽃을 들고 절에 가는 불심의 나라, 스리랑카.
의상대사와 혜초가 순례한 불국토, 중국 오대산.
이 책에는 이렇게 다섯 곳이 속속들이 담겨있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며 직접 여행을 하듯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고, 한 권의 책 속에서 알게 되는 여행지의 정보에 기분이 들뜨기도 했다.
"순례하면서 나그네로 다니지 말고 주인공으로 다니기 바랍니다. 예컨대 전생에 왔던 곳인데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순례하면서 가져야 할 자세가 또 하나 있습니다. 하나가 전체가 되고 전체가 하나로 되는 순례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보고 듣는 것이 더 깊어질 것입니다." (236쪽)
보리수를 참배하고 난 뒤 기도처로 지어진 건물에 들러 수불 스님의 법문을 들은 내용이다. 지금까지 여행했던 것을 떠올린다. 주인공이 아닌 나그네로 다닌 시간이었다는 생각에 미치자 조금은 성장하는 느낌이다.
부탄, 네팔, 남인도, 스리랑카, 중국 오대산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수박 겉핥기식 여행이 아닌 좀더 깊이 있는 시각을 키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된다면 이 책을 또한번 정독하고 길을 나서게 될 것이다. 여행지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리라 장담한다. 이 책을 읽은 지금, 여행과 지식이 고루 제공되는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다음 번에는 책 밖의 세상을 직접 보며 책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