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 - 권대웅 시인의 달 여행
권대웅 지음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주로 땅과 앞만 보며 지내게 된다. 그래도 가끔은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돌리기는 하는데, 매일 뜨는 달이지만 어쩌다 한 번씩만 달을 직시하게 된다. 자꾸 잊기도 하고 불을 켜놓고 책을 읽거나 다른 일을 하는 데에 익숙해서 그럴 것이다. 요즘들어 밤하늘을 쳐다보며 사색에 잠기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개기월식이 있다고 떠들썩한 날이라든지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날에는 하늘을 꽤나 오랫동안 바라보게 된다. 쳐다보더라도 '우와~!' 감탄하는 정도로 마무리하게 되고 남다른 감상을 남기지는 않는다.

 

이 책은 '달시'로 유명한 시인 권대웅이 펴낸 책이다. 달과 관련된 시를 쓰는 작가라기에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는데, 책을 들여다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달에 대해 이렇게 작품을 만들 수도 있구나. 시를 쓰는 사람의 감성은 이렇게 다르구나, 생각하게 된다. 시인의 감성이 부럽기도 하고, 그의 표현에 동의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시인의 눈으로 달을 비롯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먼저 이 책의 앞부분에는 달 작품이 담겨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캘리그래피와 그림, 달에 관련된 시를 읽으며 달의 기운을 받는다. 약간은 투박한 듯하면서도 담박한 그림이 마음에 든다. 글씨체를 보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이다. 스윽 읽으며 지나쳤다가 다시 눈길을 멈추고 바라보게 된다.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글이 내 마음에 들어온다. 은근한 불로 천천히 데우는 듯한 책이다. 천천히 읽어야 더욱 맛이 나는 글이다.

 

시와 에세이를 함께 담아내어 독자와의 간극을 메운다는 생각이 든다. 후다닥 읽으려고 생각하다가도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천천히 읽게 된다. 그림과 사진, 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거리를 좁히고 전체적인 가독성을 살린다. 지금껏 시를 쓰는 사람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한 사람이 이런 작업을 해낸 것을 보고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시를 자신이 직접 글씨로 담고 그림까지 그리니 진정한 작품이 완성된 듯하다. 옛날에는 시서화 삼절을 논했는데, 어느 순간 시인 따로, 글씨 작품 쓰는 사람 따로, 그림 그리는 사람 따로 분리되어버린 듯하다. 시서화를 분리해버리지 말고 이렇게 통합하여 보여주니 색다른 느낌이 든다.

 

권대웅 시인의 이력을 보니 시집과 함께 몇 권의 산문집과 동화책을 출간했으며 세 번의 달시화 개인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는 말이 있다.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감성을 되살아나게 하는 힘이 있는 글을 보다보니 동화와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동화책을 출간한 이력이 인상적이다.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어지고, 달시화 전시회를 직접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