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램의 용기 - 앞으로 한 발짝 내딛게 만드는 힘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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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이후 6년 만의 책이다. 생각해보니 나의 시간도 6년이 지나 있다. 그 책을 읽으며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라는 말을 기억했다. 시도해보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걱정가불로 하나둘 씩 포기하지 말고, 이쪽에서 안 되면 저쪽에서, 지금 안 되면 한번 더, 두드려보기로 했다. 그 당시보다 지금 나는 가슴 뛰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저자의 책은 읽으면 힘이 난다.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당연스레 읽어보게 되었다.

 

"겨우 1그램이라고요? 이왕 주는 김에 한 1킬로그램쯤 주면 안 될까요?"

1킬로그램이 아니라 1톤이라도 줄 수만 있다면 당연히 주고 싶다. 그런데 아는가? 1그램이면 충분하다. 아예 용기를 낼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1톤의 용기를 쏟아부어도 소용없다. 그러나 꼭 해보고 싶은 일, 오랫동안 마음먹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1그램만으로도 하자는 쪽으로 확, 기운다. 그 1그램의 용기가 앞으로 한 발짝 내딛게 만드는 거다. (5쪽)

들어가는 글에 나오는 첫 문단을 보고 이 책의 제목이 왜 1그램의 용기가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 앞을 가로막는 불안과 두려움을 걷어내는 데에는 거창한 명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용기를 내고 한 발짝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과 격려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에 담긴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써놓고 보니 《중국견문록》의 열심히 하는 모습과《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의 씩씩한 모습과《그건, 사랑이었네》의 다정한 모습이 섞여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총 4장으로 나뉘는 글에는 소소한 일상의 생각도 볼 수 있고, 알지 못했던 구호 현장의 모습을 보게 된다. 특히 3장의 이야기가 시작될 때에는 시선을 집중하며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구호 현장에서의 일이 막연한 상상에만 존재할 뿐, 실제로 그곳의 상황은 어떨지 감이 잡히지 않는데, 이 책을 보며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도 깨고, 현장 분위기도 파악해볼 수 있었다.

 

국제구호와 개발협력을 가르치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해본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여러분은 아프리카 하면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사바나와 열대우림, 나일 강과 킬리만자로, 사하라 사막, 동물의 왕국, 가뭄, 기아 등의 키워드들은 대부분 동아프리카에 한정되어 있고 그것조차 겹치는 게 무척 많다는 점.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아 천편일률적이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글에서 나의 생각도 다를 바 없었기에 그 다음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대륙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다양하고 다채롭다는 점을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알게 된다.

 

아프리카 속담을 익히게 되는 시간도 의미 있었다. 한비야가 이야기하는 '내 맘대로 뽑은 아프리카 속담 베스트 5'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거미줄도 모이면 사자를 묶는다.' 둘째로는 '잔잔한 바다는 노련한 사공을 만들지 않는다.' 셋째로는 '우기에는 모기도 많다.' 네 번째는 '동이 트면 가젤도 뛰고 사자도 뛴다.' 마지막으로는 '사자가 말하기 전에는 모든 사냥꾼은 영웅이다.'

이 중 인상적인 것은 '우기에는 모기도 많다.'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근무할 때 수없이 들은 속담이라고 한다. 말리에 길고 고통스런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면 사람들 얼굴에도 생기가 돈다. 날씨도 신선하고 사람과 동물이 마실 물 걱정 안 해도 되고 수수농사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고대하던 우기가 되면 모기도 극성을 부리면서 말라리아가 창궐하여 수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세상에는 다 좋은 것도 다 나쁜 것도 없는 법. (187쪽)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일 것이다. 나가는 글에 적힌 글을 보니 그 고통이 느껴진다. 이번 책도 엉덩이의 힘과 몰두의 힘으로 썼다고 고백한다. 6년간의 일기장,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 현장 근무 보고서와 학교 강의안을 꼼꼼히 읽고 수천 장의 사진들도 찬찬히 들여다보며 글을 쓰는 시간이 고통과 행복을 동시에 선사했으리라 짐작된다. 일상에서의 생각과 구호 현장에 대한 글이 적절히 어우러져 읽을 거리가 풍성한 책이다. 뜨거운 몰두를 꿈꾸게 되는 시간이다. 가슴 뛰는 일만 하기에도 모자란 것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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