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 75세 도보여행가의 유쾌한 삶의 방식
황안나 지음 / 예담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예전에 65세 황안나의 국토 종단기, 걸어서 땅끝마을에서 통일 전망대까지를 담은 『내 나이가 어때서?』를 읽은 적이 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걷는 여행이야말로 누구나 인생에 한번 쯤은 해봐야할 여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이'를 핑계로 주춤거리기 때문이다. '나이'라든가 '바쁨'은 핑계라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지, 그밖의 이유는 핑계인 것이다. 세상에는 시도하지 않은 일만 있을 뿐, 늦어버린 일은 없을 지도 모르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 책은 75세 도보여행가 황안나의 유쾌한 삶의 방식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이다. 그 때의 국토 종단기는 끝이 아니었다. 시작인 것이었다. 그 이후에 지속적으로 걷기 여행을 실시했는데, 그 이력이 화려하다. 멈추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속도에 맞춰 해낸 것에 감탄한다. 그전 책을 읽고 '나도 한 번 걸어볼까?' 생각만 하고 접어두었던 마음을 콕 찔려버렸다. 세상 일은 결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행하느냐 실행하지 않느냐의 차이인가보다.

65세에 800km 국토종단을, 67세에 4,200km 우리나라 해안일주를 혼자서 해내 화제가 되었다. 이후 국내의 이름난 길은 물론 산티아고, 네팔, 홍콩, 몽골, 부탄, 동티베트, 베트남, 발틱 3국, 아이슬란드, 시칠리아 등 50개국의 길을 밟았다. '지금도 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73세에 해안 길 4,400km를 다시 걸어 완주했고, 75세가 된 올해 가을에도 지리산 화대종주에 도전해 자신만의 기록을 경신했다.

먼저 그 용기가 부러웠다. 나같으면 국토종단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하고 그 다음은 하지 않고 주저앉았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이후에 지속적으로 땅을 밟으며 걷기 여행을 지속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끊임없는 열정과 지속적인 노력에 힘을 내게 된다.

 

느린 걸음으로나마 나는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무엇이든 겁먹지 않고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일흔다섯 할머니도 화대종주를 해낼 수 있다는 걸 보고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다. (111쪽)

저자는 이렇게 독자에게 용기를 준다. 나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다는 자랑이 아니라, "움츠러든 그대여! 세상에 늦은 일은 없다오. 이런 나도 했는데 당신도 한 번 해보시오!"라며 격려하는 것이다. 예전의 체력같지 않은 삐그덕거림에 움츠러들었던 내 마음이 기지개를 켠다. 역시 '나이'라는 것은 하기 싫다는 핑계일 뿐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일상에서 튀어나온 생각과 걷기 여행을 하며 경험했던 것에 대한 글이 적절히 섞여있어 읽는 맛을 더한다. 일상 속 생각을 보며 평범한 주변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에 어마어마한 여행담도 거창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걸음에 맞게 느리고 무겁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걷다보면 누구나 가능할 것 같은 자신감을 보게 된다. 사실 실행에 옮기지 않더라도 그런 경험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이 된다. 걷기 여행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하기에 너무 늦어버린 것 같은 건 없을테니.

 

이 책을 읽고 나니 무언가를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저자처럼 매일 새벽 5시 40분에 헬스장으로 가서 2시간 정도 운동을 할 의지는 없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찾아보겠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도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에너지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나이는 역시 숫자에 불과하다. 통통 튀는 에너지로 주변에 힘을 주는 매력적인 책을 읽고 나니 충전이 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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