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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스쿨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4당 5락'이라는 말이 익숙한 환경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7~8시간은 자야 제정신으로 판단하고 학습효과가 느껴지는 요즘에는 그런 말은 그냥 무시하게 되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항상 잠을 많이 잔다는 죄책감은 기본이고, 잠을 덜자고 좀더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상식처럼 자리한 이야기였고, 선생님이 학생들을 혼내는 데에 사용한 말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러한 생각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성인의 3분의 1이 필요한 시간만큼 잠을 자지 못하며 대다수의 아이들이 피곤한 상태로 등교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12쪽) 수면 장애가 우리에게 얼마나 해로우며, 잠을 잘 자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인 인생으로 채우게 되는지 이 책을 통해 깨달아본다.
밤을 되찾고, 깊이 잠든 동안 삶을 바꾸며, 잠과 꿈의 새로운 과학에 눈뜰 때가 왔습니다. 나이트 스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머리말_13쪽)
나무를 잘 베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서서 도끼를 갈 시간이 필요하다. 요리를 잘 하려면 칼을 갈고 레시피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낮에 잘 살아내려면 밤의 휴식은 꼭 필요한 일이다.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만 그동안 그 중요성이 외면되고 있었고, 그런 우리에게 잠에 대한 중요성을 알려주려고 이 책이 출간된 것이다. 잘 살려면 잘 자는 법도 배워야한다. 나이트 스쿨은 잘 자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리처드 와이즈먼. 허트포드셔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이자 프로 마술사. 거짓말, 속임수, 미신, 행운, 웃음, 사랑 등 주류심리학계에서 다루지 못한 독특한 주제를 다루며 괴짜심리학을 전 세계에 알린 학자다. 그가 잠과 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인상적이다. 몇 년 전 악마와의 은밀한 만남이 일주일에 한 차례쯤 있었다고 한다. 언제나 똑같은 양상으로 잠이 든 직후,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 일어나 방 맞은편을 응시하면 옷장 앞에 사탄이 서 있는 걸 보곤했다고. 유명한 수면 전문가 크리스 이지코프스키 박사에게 그 체험을 이야기하니, 그것은 악몽이 아니라 '야경증'으로 알려진 아주 특이한 현상이라고 했다. 야경증을 피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언까지 얻었는데, 그때 이후로 사탄을 본 적이 없으니 매료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수면과 꿈에 관한 과학 탐구를 시작했고, 학술논문과 다양한 연구 결과를 담아 이 책을 펼쳐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수면의 과학, 수면 부족의 치명적 위험, 최고의 잠을 자는 비결, 수면 중 이상행동, 수면학습과 낮잠의 힘, 꿈의 해석, 꿈이여 해결사여, 달콤한 꿈 만들기' 등의 여덟 가지 Lesson을 볼 수 있다. 마지막에는 각종 논문의 출처를 참고자료로 밝히고 있어서 신뢰도를 더한다. 잠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보며, 잠에 대해 충분히 살펴볼 수 있으니 '나이트 스쿨'의 강연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이 책의 Lesson 2에서 들려주는 '수면 부족의 치명적 위험'은 경각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몸 건강에 위협을 주고, 정신 건강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간의 수면 박탈조차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 깊이 새길 일이다. 또한 Lesson 4에서 들려주는 '수면 중 이상행동'은 몽유병이나 야경증, 코골이와 수면 중 무호흡증을 다루고 있는데, 개별적인 사례를 보면 보통 위험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게 되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런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웃어넘길 수 있는 것부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까지 천차만별이다.
수면에 대한 연구와 재미있는 일화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중간 중간에 보게 되는 일화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는 드러누워 바닥에 유리컵 하나를 두고는 유리컵 모서리에 숟가락의 한쪽 끝을 대고 다른 쪽 끝을 자기 손가락 사이에 끼웠습니다. 그러고는 제1단계의 수면으로 빠져들면서 손가락에 힘이 빠져 숟가락을 놓치곤 했죠. 숟가락이 유리컵에 부딪치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달리는 자기 마음속을 떠돌아 다녔던 기묘한 이미지를 그려보곤 했습니다. (36쪽)
-1950년대에, 이탈리아 화가이자 배우인 지안카를로 스브라지아는 귀가 솔깃해지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작품을 쏟아냈는데, 이를 가능케 했던 것 중 하나가, 그가 4시간마다 15분 정도씩 토막잠을 자며 그림을 그려 매일 그림 그리는 시간을 6시간 더 보탤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스브라지아는 만일 이런 다중 수면 일정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에게 그렇게나 잘 들어맞았다면 자신에게도 그럴 것이라 생각해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 스브라지아는 눈을 감지 않으려 애를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몇 주 지나자 하루에 여섯 번 15분씩 토막잠을 자면서 하루 내내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극도로 힘든 일정 덕분에 스브라지아가 자신의 예술적 정열에 몰두하는 데 더욱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고 모든 일이 만족스러운 듯했죠.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그의 활동력이 소진되어버렸고, 게다가 24시간 꼬박 함께하는 동료가 없다보니 극도의 외로움이 엄습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스브라지아는 자신이 레오나르도와 같은 명성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하루에 시간을 그 정도밖에 못 내서라기 보다는 천재적 자질이 부족한 탓이라는 뼈아픈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6개월 만에 자신의 실험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98쪽)
누구나 매일 자게 된다. 하지만 시간과 잠의 질은 제각각이다. 이 책에 담긴 더 많은 일화를 통해 타인의 잠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에 담겨있는 '과제'부분도 재미있게 쉬어가며 문제를 풀어보고 결과를 파악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잠자는 자세로 성격 알아보기, 입과 코 테스트, 나이트 스쿨 꿈 일기 쓰기 등 과제를 함께 풀어보면서 이 책을 읽는 효과도 증대시켜보자.
잠을 잘 자고 나서야 삶이 윤택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기에,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 수면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근거를 갖춘 이야기이기에 눈에 쏙 들어오는 느낌을 받는 것일테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며 속시원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한 불면을 그대로 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전문가의 충고에 귀기울이며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잠은 '적당한' 것이 중요한 것이니.
잠에 대한 것은 노력하거나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도 '모든 사람이 밤의 휴식을 알맞게 취하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1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