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 21세기 최고의 문화심리학자가 밝히는 갈등과 공존의 해법
헤이즐 로즈 마커스 외 지음, 박세연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살다보면 갈등이 없는 곳이 없고, 사람들끼리 티격태격하지 않는 곳이 없다. 어떤 집단이든 외부 집단과의 갈등 혹은 그런 문제가 없다면 내부적으로라도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이 책의 제목처럼 질문을 던지게 된다.'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이 책에서는 그 원인을 이렇게 말한다. 각 개인을 나타내는 다양한 양상의 자아를 '독립적인 자아'와 '상호의존적인 자아'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기 다른 특성의 자아가 서로 다른 문화적 상황 속에서 갈등을 야기하고 문화적 충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화'란 특정 집단 내 모든 사람이 가진 특정 방식의 사고와 행동을 나타내는 관념이나 제도, 상호작용을 의미한다.(8쪽_추천의 글/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우리 내면에는 다양한 종류의 자아가 살고 있는데, 이들을 크게 두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독립적 자아와 상호의존적 자아다. 먼저 독립적 자아는 자기 자신을 개별적이고, 고유하고, 다른 자아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자유롭고 평등한(그러면서도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독립적 자아는 미국의 주류 문화가 지배적으로 양산한 자아의 형태다. 반면 상호의존적인 자아는 스스로를 관계 지향적이고, 다른 자아들과 비슷하고,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전통과 의무에 따르며,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본다. (19쪽)
주로 동양에서 상호의존적인 자아, 서양에서 독립적인 자아에 치중되어 있다. 또한 사람들 개개인 안에 역시 상호의존적인 자아와 독립적인 자아가 공존한다. 이 책의 핵심은 서로 다른 자아를 언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잘 이해하고 있을 때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충돌을 더 잘 이해하고, 충돌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인간의 심리를 바라볼 때, 그 책을 쓴 사람이 어느 문화권의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읽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생활 환경과 그에 따른 문화 속에서 인간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동안 그 다양성을 간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인류 전반적인 자아 양상을 두 가지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충돌 원인을 짐작해보며, 풀리지 않는 실타래같은 충돌 상황을 짚어보는 데에 의미가 있다. 전체적으로 큰 틀에서 충돌 원인을 살펴본 후, 세세한 부분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리며 읽어나갈 수 있고,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이 책에서는 성별, 인종, 빈부 계층, 지역, 종교, 조직 유형(정부,기업,비영리 단체) 등 우리가 볼 수 있는 문화적인 갈등을 다루고 있다. 갈등이 일어나는 양쪽 모두의 입장에서 글이 전개되기 때문에 '성별, 인종, 빈부 계층, 종교' 등의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보다 넓은 시야로 이해해볼 수 있었다. 그동안 갈등 양상을 보이는 부분에서 주로 한쪽 편에 섰고, 그렇기에 다른 편의 의견은 불편한 느낌이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 책을 읽는 시간, 내 편견을 다시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 사이의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접근해야 한다. 그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된다.
 
거기에 더해 이 책에서는 '또 다른 자아를 불러내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갈등의 원인이 독립적인 자아와 상호의존적인 자아의 충돌이니,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자아를 상황에 맞게 불러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적인 자아를 소환하기 위하여
·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힌다.
·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주목한다.
·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과 이기적인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 모든 행동을 선택의 차원에서 바라본다.
·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동등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상호의존적인 자아를 소환하기 위하여
· 귀를 기울인다.
·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비슷한지 주목한다.
·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는 것과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한다.
·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과 동등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408~409쪽, 나의 세상과 당신의 세상,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세계적인 문화심리학자 헤이즐 로즈 마커스와 앨래나 코너가 집필한 이 책을 통해 문화심리학이라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던 분야가 좀더 친근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통해 8가지 문화적 충돌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세상에는 상상치 못했던 다양한 갈등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었고, 문제와 해법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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