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달리다 - 꿈을 향해 떠난 지훈아울의 첫 번째 로드 트립 이야기
양지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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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넓다. 그러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미국의 모든 것은 아닐 것이다. 아주 작은 부분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이야기한다.

이 책엔 많은 미국 이야기들이 나오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미국'이란 단어만큼, 다양한 편견을 갖도록 하는 대상도 드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실 때만큼은 한 번 그런 편견들을 모두 내려놓아 봤으면 합니다. 이건 심각한 내용이 아닌, 그냥 '로드 트립' 이야기니까요. (프롤로그 中)

 

이 책의 저자는 양지훈. 지훈아울JihoonOwl은 뮤직 프로듀서, 싱어 송 라이터, 작가이다. 나이 마흔에 직장을 그만두고 팝의 본고장인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가 음악을 만들고, 밴드 활동도 하면서 뮤지션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그의 이름도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많다. 새로운 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이나 여행을 다녀온 곳 위주로 책을 읽어왔는데, 이렇게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곳에 대한 여행 이야기를 보는 것도 나를 설레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뜬금없이 사소한 계기로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무언가 거창한 것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아주 사소한 것으로 평생 다시는 쳐다도 안 볼만큼 거리가 멀어지기도 하며, 사소한 계기로 인생을 바꿀 만한 결심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그림 하나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충동 구매한 책 『캘리포니아』에서 책갈피가 갈라낸 페이지에 LA 서쪽 산타모니카라는 곳에서 말리부로 향하는 해안도로가 펼쳐졌고, 작가는 그 위를 자동차로 달리며 '아메리카'라는 70년 대 포크록 밴드의 '벤투라 하이웨이'를 듣고 있었다. 그 장면이 그의 삶을 바꾸어놓고 말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음을 강하게 울린 부분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 대한 이야기에서였다. 이 영화가 말하는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44세.

44세라. 중년의 위기. 수많은 책임감에 눌려 찌든 채 살아가는, 도통 '재미'나 '열정'이란 단어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울리지 않는 바로 그 나이 44세.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요트를 타고 불같은 사랑을 나누며 드넓은 바다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삶의 욕망과 꿈이 마구 터져 나오는 인생의 정점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19쪽)

두둥. 잊고 있었다. 그 영화를 보며 눈물 흘리고 인생의 여정을 바라보던 그 순간, 어설픈 20대가 인생의 정점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면서도 잊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 내 뒤통수도 가격한다. '새 삶을 시작해도 돼. 새 삶을 시작해도 돼.' 그것은 나에게도 들려오는 목소리이다. 어차피 오늘만 살 수 있는 인간에게 나이가 무엇을 방해하고, 상황이 무슨 발목을 잡겠는가.

 

그렇게 미국 대륙 횡단을 꿈꾸는 지훈아울의 마음에 공감을 하며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막상 결심을 하고 나서 회사를 그만 두는 이야기, 실행에 옮기기 만만치 않은 장애물로 인한 두려움, 그런 것들을 극복해내고 결국은 미국 횡단을 감행한 추진력을 보게 된다. 결심 이후에 미국 횡단을 계획하고 고민하는 내용을 보며, 그의 솔직한 심정을 볼 수 있었다. 큰 소리 치며 떠나겠다고 결심해도 사실 비행기 뜰 때까지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나중에는 두려워서 가슴이 뛰는 것인지,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판단할 수 없고,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이렇게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음악 이야기 위주의 책일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미국 대륙 로드 트립을 하며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소홀함이 없는 책이다. 렌터카를 빌리기 전에 꼭 알아둘 사항, 미국에서 운전할 때 조심할 사항 및 미국에서 유의해야 할 교통 법규 등 본인의 여행만을 에세이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륙을 운전해서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 이야기에 팝송이 더해져 저자의 분위기를 한껏 개성있게 연출해주는 책이다. 중간 중간에 영화나 팝송 중에서 한 구절씩 건지는 맛도 쏠쏠하다. 또한 여행 준비부터 여행담이 솔직담백하게 펼쳐지기에 점점 그의 글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미화하거나 너무 불만투성이일 때 여행기는 그 맛을 잃게 되는데, 적절한 양념으로 깔끔한 맛을 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껏 직접 미국 대륙을 여행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톡톡히 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렌터카를 이용해 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 지훈아울의 로드 트립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그저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로드 트립에 행운을 빈다'는 마지막 한 마디에 괜시리 여행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들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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