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를 통해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소설을 접했다. 독특했다. 신선한 느낌에 단숨에 빠져들어 읽었던 책이다. 이메일 사랑 이야기를 다룬 그 책은 나의 예상처럼 전개되지는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사랑일까, 환상일까? 여운이 길게 남았던 소설이다. 해피엔딩으로 뻔하게 결말지어지지 않아서 오히려 현실적이었고,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꽤나 흘렀다. 몇 년이 지나 그 책을 읽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로운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다시 소설 속 세상에 들어가봐야할 때가 온 것이다.

 

 

 

『영원히 사랑해』이 책의 제목은 너무나 단순하고 흔하다.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머릿속에 그림이 당연스레 그려진다. 정말 그럴까? 뻔한 사랑 이야기는 진부할 것이다. 그렇다고 생각했다면 오산. 이 소설을 읽어나가다가 중반부 이후에 허를 찔리게 될 것이다. 그냥 달달한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이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신선한 느낌을 받게 된다. 독일 아마존 출간 2주만에 15만 부 판매 기록을 세웠다니, 이런 느낌을 함께 한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이다.

 

장르의 한계 속에 머물지 않는 작가! - 프랑크푸르터 노이에 프레세

도시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사이코 스릴러 소설' 탄생! - 스위스 라디오 DRS3

 

 

조명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유디트, 부활절 전날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운명적인 상대를 만났다. 영화에서 나올 법한 극적인 만남이었다. 한네스 베르그탈러. 건축설계사인 그는 상대를 특별하고 파격적이고 열정적으로 사랑할 줄 아는 남자였다. 매일매일 만나고 꽃 선물에 이벤트까지 너무 갑작스레 그들의 관계는 가까워졌다. 유디트는 혼란스럽다. 이것이 사랑일까, 아닐까? 사랑과 집착, 경계에 선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렇게 집착하는 사람을 만나면 숨이 턱턱 막힐 것만 같다. 그래도 사랑받는 여자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일까? 그냥 그렇게 소설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보면, 소설은 제 2막을 열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헤어지기로 하고 나서 일어났다.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황폐하게 만드는 독약같은 사랑이라 생각되다가도, 사랑일지 환상일지 알 수 없는 혼돈의 테두리에서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현실 속의 사랑이 모두 이상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기에, 사랑의 단면을 바라보며 곰곰 생각에 잠긴다. 지금, 당신의 사랑은 안전한가요?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이런 사랑이 나에게는 오지 않기를.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저자에 대해 읽었다. 『영원히 사랑해』는 다니엘 글라타우어가 법원통신원으로 17년간 일하며 신문에 게재했던 실제 사건을 토대로 집필했다는 점을 보며 섬뜩한 느낌으로 마무리한다. 원래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 더욱 등골이 오싹한 법이니까. 사랑 이야기이면서도 남녀 심리를 넘나들며 위태롭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사이코 스릴러 소설' 인정! 아무래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작가의 작품 세계가 내 마음에 각인되어버린 듯하다. 다음 작품이 나오면 꼭 다시 읽어보리라 생각한다.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작가, 내 마음에 두 작품 연속해서 특이한 감정을 심어준 작가다. 묘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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