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해부 - 위대한 석학 22인이 말하는 심리, 의사결정, 문제해결, 예측의 신과학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3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세상에는 내가 모르고 있는 조직이 정말 많다. 엣지 재단에 대한 것은 이 책의 시리즈가 나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정말 부러운 조직이고, 이렇게 책을 통해 그들의 지식을 엿보는 시간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 때로는 이렇게 책 한 권에서 집약된 지식의 정수를 맛보게 된다. 먼저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에는 통섭의 불꽃이 튄다."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가 눈에 들어온다. 그 한 줄의 설명이 이 책을 잘 드러나게 해주는 명료한 문장임을 깨닫게 된다.

엣지 재단 (Edge Foundatiion Inc.)

"지식의 최전선에 닿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정교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넣은 다음, 스스로에게 묻곤 했던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게 하는 것이다. 그 방이 바로 엣지다."

오늘날 세상을 움직이는 석학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와 견해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벌이는 비공식 모임인 엣지는 1996년 존 브록만에 의해 출범했다. 현대 과학이 이룬 지식의 첨단에 다가서기 위해, 과학과 인문의 단절로 상징되는 '두 문화'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 즉 '제3의 문화'를 추구한다.

 

 

 

먼저 '베스트 오브 엣지(Best of Edge)'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인『컬처 쇼크』를 통해 문화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살짝 두꺼운 느낌의 책인데, 다양한 시각으로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볼 수 있어서 의미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풀어내는 이야기이기에 글 읽는 호흡이 아주 길지 않아서 틈틈이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이번에는 『생각의 해부』를 통해 위대한 석학 22인이 말하는 심리, 의사결정, 문제해결, 예측의 신과학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 역시 두꺼운 책이어서 무게감을 느끼게 되는데, 다양한 분야의 대표 석학 22인이 '생각'에 관한 자신들의 연구와 학계의 동향을 직접 설명해주는 것을 엮은 것이기에 막상 책장을 펼쳐보면 다양한 시각과 주제의 글이어서 '이런 것이 있었구나!' 새롭게 알아가게 된다.

 

 

 

특히 시몬 슈날의 '청결감과 판단'에 대한 글은 그동안의 생각과 판단에 대해 달리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껏 "직감적으로 이게 맞는 것 같아"라는 식의 느낌 등 우발적 요인들이 합리적인 생각보다 훨씬 힘이 클 수 있다는 것을 잘 몰랐는데, 이 책을 보며 그 영향에 대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순간의 느낌에 따라 어떤 행위의 잘잘못에 대한 결정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우리는 자신의 결정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이 도덕적이고 무엇이 비도덕적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실제로 이처럼 우연적인 것들에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된다. 감정이 도덕성 판단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의견은 이제야 기초적인 연구를 하고 있을 뿐이라지만, 감정이 결정과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 자체로 흥미로웠다.

 

 

필립 테틀락의 '예측에서 승리하는 법'도 인상적이었다. 필립 테틀락은 2005년에 발표한 『전문가의 정치적 판단』에서, 장기적으로 정확한 정치적 예측은 근사치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테틀락의 작업은 사회과학 분야의 획기적인 결과물로, 정치학과 심리학 두 학문 분야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183쪽) 전문가와 경영자는 자신의 판단에 대해 신비감을 유지하지 못하면 신분을 유지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 이 책에서 보게 되는 그들의 민낯에 이해가 되기도 하고, 살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흥미로운 영역임에 분명하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삶은 되돌아볼 때에야 이해되지만, 앞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라는 키르케고르의 명언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부분이다.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의 책을 두 번째로 읽고 나니, 이 시리즈의 다른 책도 꼭 읽어보고, 앞으로 출간되는 책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된다. 이 책 『생각의 해부』는 현재의 다양한 연구를 지루하지 않게 엮어낸 책이기에, 이 책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 많다. 지적으로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핵심을 뽑아낸 구성에 읽는 기분도 색다르다. 두껍지만 한 명의 저자가 길게 풀어나가는 글이 아니기에 두껍지만은 않은 느낌을 받은 책이다. 세상의 새로운 면을 보는 느낌이다. '생각'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짚어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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