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찬장 구경 - 달그락 달그락 젊은 마님들의 그릇 이야기
장민.주윤경 지음 / 앨리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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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보면 앞치마를 하고 호박이랑 두부를 썰어넣어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음식을 하는 사람이나 기다리는 사람 모두 행복해보인다. 보고있는 사람에게도 그 마음이 오롯이 전해진다. 요리를 하고 달그락 달그락 그릇을 꺼내며 식사 준비하는 시간은 일상의 평범한 행복이다. 먹음직스럽게 담긴 음식이 가족들의 입에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행복하다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드라마와 현실은 조금 다른가보다. 찬장에 정리되지 않은 그릇이 달그락 달그락, 늘 사용하는 그릇만 사용하게 되고 나머지는 보관용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하루 세 번 식사 시간은 왜이리 금세 돌아오는지, 음식을 그릇에 담으면 설거지 할 일이 많아져서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에 푸념이다. 애착을 가지게 되는 그릇이 별로 없어서일까? 그릇이 예쁘면 부엌에 발길이 더 잦게 되고, 그러면 요리에도 취미가 붙어 자연스레 깔끔한 부엌으로 거듭나는 것이 아닌가 역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단지 남의 집 찬장이 궁금해서 이 책 『남의 집 찬장 구경』을 읽어보게 되었다. 다른 집에서는 찬장을 어떻게 정리해놓았을까, 우리 집 찬장에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책이다. 그런 나의 의도에는 조금 빗겨나간 책이었다. 찬장 정리가 아닌, 찬장 구경을 위한 책이니 말이다. 이 책을 보니 젊은 마나님들의 개성 넘치는 찬장이 눈을 즐겁게 한다. 세상에나, 이렇게 탐스러운 그릇이 가득하다니! 그릇의 브랜드조차 생소한 나에게는 그야말로 신세계에 들어온 듯 신기한 물건이 많았다.

 

 

이 책에서는 열 명의 부엌을 보여준다. 제각각 자신만의 그릇 취향이 있고, 그 사람의 분위기에 잘 맞는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그릇을 보며 그 사람의 그릇에 대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여자들이 그릇을 들이는 이유에 대한 글이 마음에 들어온다.

여자들이 그릇을 들이는 이유도 어찌 보면 비슷하다. 명품백처럼 부담스러운 가격도 아니고, 비싼 커피처럼 마시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자신을 위한 위로, 다독임 혹은 약간의 호사로 예쁜 그릇을 찾는 것이다. 또 가족들을 위해서는 안전한 식기, 효율적인 도구, 향미를 풍부하게 해주는 겹겹의 냄비를 산다. (25쪽)

 

또한 이 책에 소개된 '시인 안도현의 「무밥」'은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에 시각과 청각을 되살리는 글귀라는 생각이 든다.

 

들척지근하고 삼삼한

이 한 저녁을

나는 달그락달그락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_안도현, 『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2008)

 

 

요리하는 남자의 화사한 그릇도 눈에 띈다. 의류업체 운영 중인데 본업보다 취미인 요리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컬러풀한 스톤웨어가 가득한 찬장이 인상적이다. 깎은 감 같은 자연스러움이 있는 백자, 직접 빚은 백자 주전자, 눈에 쏙쏙 들어온다. 개성 넘치는 그들의 찬장에 내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깔끔한 백자가 마음에 들다가도, 가끔은 컬러풀하게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고, 그렇다고 이 많은 그릇을 다 가질 수는 없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그저 이들의 찬장을 구경하는 것으로만 위안을 받아야겠다. 눈이 즐거운 시간이다.

 

 

맨 마지막에 그릇이 아닌 것까지 사용의 폭을 넓히는 셰프의 예술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그릇만이 그릇이라고 생각했는데,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그릇은 아니지만 그릇으로 사용되는 것이 흥미롭다. "다만 본래 그릇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에는 샐러드나 케이크 등 열이 없는 음식을 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좋다. 식기가 아니라면 뜨거운 음식을 담았을 때 유해한 성분이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라는 조언은 잊지 말아야겠다.

 

이 책의 중간 중간에는 Tip이 나온다. 마트에서 그릇 잘 고르는 법, 그릇 쇼핑, 어디로 갈까?, 도자기 공방 나들이, 레스토랑용 그릇 사는 법 등 유용한 정보도 곳곳에 있으니 그릇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것이다. 다음 번에 마트에 가면 그릇에 관심을 갖고 바라봐야겠다. 이 책을 통해 남의 집 찬장 구경을 톡톡히 했다. 그릇의 세계는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부엌 살림을 엿보는 시간이 되었다. 음식이 담긴 그릇 사진을 보며 행복한 부엌을 떠올리고, 예쁜 그릇을 보며 하나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달그락 달그락 행복한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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